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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하는 History/특별전 소개

한국 이민사가 시작되는 곳으로~ <브라질 속의 한국인> 특별전








한국이민사가 시작되는 곳으로~

<브라질 속의 한국인> 특별전




약 한 달 후면 2014년 월드컵이 브라질에서 개최됩니다. 최대 20만 명이 동시 관람할 수 있는 세계최대의 축구경기장 마라카냥이 있으며, 월드컵에서 5차례나 우승한 브라질. 역시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은 ‘축구 최강국’의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또, 무엇을 알고 계시나요? 나라 전체를 들썩이게 만드는 열정의 삼바축제, 열대우림 아마존과 세계에서 가장 큰 이과수 폭포도 브라질에 있습니다. 세계 1위의 커피생산국인 것도 알고 계셨나요? 게다가 희귀금속 니오븀의 최대 생산지이기도 합니다. 인구수도 세계 5위에 달할 정도지만 땅도 그만큼 넓습니다. 국토면적 역시 세계 5위로 무려 한반도의 38배나 됩니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야 겨우 만날 수 있는 먼 나라, 바로 그 곳에 우리 교민 약 5만 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1차 이민자 백옥빈씨의 일기 l 1962~2004 l 175x220mm l 백옥빈 소장

백옥빈(91세)은 평안북도 정주읍 출신이며, 1차 브라질 이민의 단장이었던 고계순의 부인이다. 1942년에 결혼한 후 서울 영등포 국민학교의 교사로 근무하다가 브라질 1차 이민 당시 가족 모두가 이민길에 올랐으며, 현재도 브라질에 거주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브라질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첫 공식 이민국입니다. 55년 전 한국과 브라질이 수교를 열고, 51년 전 한국인이 브라질로 첫 이민을 떠났습니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지만, 대한민국이 브라질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진출한 올해, 어쩌면 브라질에 대한 관심을 가장 높은 이때야말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기에 가장 좋은 때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한국 최초 이민자들의 희망, 꿈, 좌절, 재기의 과정은 지금 한국에 사는 우리들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꿈을 향한 긴 항해, 일기장으로 돌아오다

 

지난 4월 29일에 시작된 <브라질 속의 한국인(Coreanos no Brasil)> 특별전은 총 3부로 나눠져 있습니다. 1부는 ‘희망의 나라 브라질로! 치차렌카에 꿈을 싣다’라는 제목에 나와 있듯, 브라질 이민을 떠난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일하고 싶어도 할 것이 없었던 한국인들에게 광활한 밀림을 개간할 노동력이 절실했던 브라질은 꿈의 개척지였습니다. 정부는 1962년 해외이주법을 제정하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공식 이민의 길을 열게 됩니다.



    

1차 이민자 백옥빈씨가 고국의 향수를 달래기 위해

   가져간 한국판 레코드(동일본) '아리랑 고개넘어'

    












1959년대 후반 l 10인치 L·P l 최규성 소장

1부 전시실에서는 이 때 떠난 이민 1세대의 애장품을 통해 당시 상황을 애잔하게 펼쳐 보입니다. 이민 관련 공문서와 여권들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민자들이 평생 조국을 그리워하며 간직한 물건들입니다. 1970년 브라질로 이민을 간 김진탁 씨가 가져간 고향의 흙, 백옥빈 씨가 이민 갈 때 품에 안고 있던 ‘아리랑 고개 넘어’ 한국판은 꿈을 향해 떠나지만 여전히 마음은 고국을 향해 있음을 보여줍니다. 백옥빈 씨가 매일 한 장씩 써내려간 일기장에는 ‘더 넓은 땅에서 마음껏 배우고 실력을 발휘해보고 싶은 마음, 우리 자손을 좀 더 크게 키우고 활약시키고 싶은 마음’이라고 씌어져있습니다. 이마도 브라질로 떠난 모든 이들이 그녀와 같은 꿈과 이상을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민자의 고난, 좌절의 발걸음을 따라 걷다

 

2부에서는 브라질에 도착한 한국인들이 겪는 좌절과 고난의 여정을 따라갑니다. 1960년대, 브라질로 영농이민을 떠난 이들은 1963년부터 1966년 사이 약 1,300명이나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퇴역 장교이거나 도시 중산층이었던 이들은 낯선 토지에서 열매를 내는 농업인으로서 성공하지 못합니다. 결국 3년간의 고전 끝에 이들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파울루로 대거 이주합니다. 2전시관에서는 당시 이민자들이 주거하던 지역을 한 눈에 보는 지도와 고단한 삶을 달래주었던 전통 악기(펠리칸 정강이뼈로 만든 피리)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 브라질의 세계적인 예술가인 빅 무니즈(Vik Muniz)가 쓰레기

    더미에서 재료를 얻어 만든 작품 '마라(세바스티앙)'

    





















 850x1050 l (주)모그커뮤니케이션즈 소장



 다시 일어난 한인, 가장 성공한 이민자들로 돌아오다





마지막 3부는 ‘봉헤찌로 코리아타운에서 브라질의 중심사회로 다가서다’입니다. 3부 전시실은 입구부터 화려합니다. 한국전통의 아름다움과 브라질의 열정이 한 몸에 녹아있는 의상이 전시되어 있고, 상파울루의 동대문시장인 봉헤찌로의 영상도 연신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한인이 제작해 10년 넘게 유행한 의상이 있을 만큼 상파울루로 옮겨간 한국이민자들은 브라질의 패션을 선도하며 두각을 나타냅니다. 농업에서는 좌절했지만, 의류제품의 생산과 도소매 등 유통분야에서는 단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이후 한국 이민자들은 97%가 모여 사는 봉헤찌로에서 코리아타운을 형성하고 ‘가장 성공적인 이민집단’으로 성장해왔습니다. 브라질 한인 1.5세대는 보다 전문적인 디자인으로 가업을 잇고 있거나 다양한 직업에 도전하며 당당히 브라질의 중심사회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월드컵이 시작되는 6월 15일까지 진행되는 이 특별전은 그 누구보다 강인했던 ‘한인 이민사’를 함축적으로 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풍부한 자원과 저력을 가진 남미의 맹주 브라질에 대해서도 더욱 친근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월드컵과 축구 뿐 아니라 한국인의 또 다른 삶의 터전인 브라질,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발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