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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기자단 History

6.25 전쟁으로 인한 피난민으로 뒤덮인 부산에서의 삶

당시 임시수도였던 부산에는 피난민들이 운집하여 인구가 1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주택 사정도 대단히 심각했다. 도로의 양측은 물론 산비탈, 공지, 하천변, 남의 집 마당을 막론하고 피난민들이 움집과 판잣집을 짓지 않는 곳이 없을 지경이었다. 


출처 : 조이현,<한옥에서 아파트로>,한국역사연구회,『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어떻게 살았을까 1:삶과 문화 이야기』

(역사비평사, 1998),pp196~197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의 모습들 (출처: 국가기록원)



여러분들은 '6·25'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나요? 동족상잔의 비극, 국군과 인민군, 그리고 UN연합군… 모두 ‘전쟁’의 이미지만을 떠올릴 겁니다. 하지만 생활 속 전쟁을 치렀던 피난민들의 생활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갑작스레 터진 6·25전쟁, 그리고 무너진 한강철교를 겨우겨우 넘어 부산까지 당도한 피난민들의 삶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을텐데요, 이들의 삶은 과연 어떠하였을까요? 지금부터 6·25전쟁 속 피난민의 삶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부산, 1950, 그리고 피난민…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바로 6.25 전쟁이 시작되었던 시간입니다. 갑작스런 전쟁에 서울에 살던 많은 사람들이 부랴부랴 짐을 싸서 피난을 갈 수 밖에 없었는데요.


(좌) 피난 가는 한 가족(전쟁기념관), (우)끊어진 한강철교를 건너는 피난민(거제포로수용소)



이들의 최종 종착지는 바로 '부산'이었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전쟁을 피해 온 수많은 사람들로 부산은 초만원상태였습니다. 그렇다면 피난민들은 어떤 곳에서 생활을 하였을까요?



1950 부산, 그리고 '40계단'과 '영도다리'

 

▲'40계단'과 인근에 남아있는 2층 판잣집



부산에는 '40계단'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6·25전쟁 피난민들이 처절한 삶을 살아가던 현장입니다. 부산항이 한 눈에 보이는 이곳에 피난민들이 많이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일자리와 구호물자' 때문이었습니다. 전쟁 당시, 다양한 미군의 구호물자가 도착했던 곳이기 때문에 40계단 주변은 구호물자를 얻고, 동시에 일자리를 함께 얻을 수 있던 곳이었습니다. 이것이 수많은 피난민들이 '40계단'을 중심으로 모여 살게 되었던 이유입니다.



부산의 또 다른 명물,‘영도다리’역시 피난민들의 상처가 남아있는 곳입니다. 혹여 전쟁 통에 가족들이 헤어지게 되면 “영도다리에서 만나자”라는 말로 만남을 기약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오늘날의 영도다리는 부산의 상징임과 동시에 피난민들에게는 이산가족 상봉의 장소로도 큰 의의를 갖고 있습니다.

  


2014년 그들의 흔적, 감천마을과 비석마을

감천마을은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부산을 방문하면 꼭 한번쯤 들러야 하는 멋진 관광명소'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6.25 당시 감천마을은 피난민 마을이었습니다. 6.25당시 피난열차를 타고 온 피난민들이 산 중턱까지 올라와 판잣집을 짓고 살게 되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마을이 바로 이 곳 감천마을이었습니다.




무척이나 열악한 산복도로에, 더 높은 곳에 위치한 산 중턱을 밭으로 일궈가면서 처절한 피난민의 삶을 살았던 감천마을의 사람들. 오늘날 멋진 모습으로 우리 앞에 펼쳐지는‘한국의 마추픽추’는 이런 피난민들의 애환으로 이루어진 공간입니다.




감천 마을 인근에 위치한 비석마을 역시 피난민들의 애환이 잘 담겨있는 마을 중 하나입니다. 일제 강점기 시대 공동묘지가 있던 이곳에 피난민들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레 판잣집 마을이 형성되었고, 경사진 땅 위에 집을 짓기 위해 공동묘지의 비석을 뽑아 집의 초석 혹은 계단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마을 이름도 ‘비석마을’이 된 것입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속 피난민들의 삶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 2전시실에는 피난민들이 짓고 살았던 '판잣집' 모형을 살펴 볼 수 있습니다. 고개를 쏙 넣고 판잣집 내부를 둘러보세요. 가진 것 하나 없는 궁핍한 살림살이… 하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향학열을 불태우던 한 학생이 펼쳐놓은 한 권의 책… 피난민들의 애환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2전시실 피난민의 판잣집 모습


지금까지 6.25전쟁으로 인한 피난민들의 삶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고난으로 가득 찼지만 절대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들의 끈질긴 삶에서 많은 것이 느껴집니다. 우리에게 이러한 애환의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런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본 글은 한걸음기자단의 의견으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편집의도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