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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기자단 History

<광복70년, 가족 내에서 70년을 되찾다> 아버님께 전해듣는 광복 후 교육 이야기

아버님께 전해듣는 광복 후 교육 이야기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며 시내 곳곳에 걸린 대형 태극기

 

올해는 광복을 맞이한 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사람의 나이도 70이 되면 '고희'라 하여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한 나라가 주권을 빼앗겼다가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한 지 70년이 되었으니 이 얼마나 기쁘고 감격스러운 일인지 생각해봅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광복 70주년 특별 전시회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아이와 함께 찾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70년의 세월, 70가지 이야기>라는 전시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 광복이 가져다 준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학령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나에게 광복 후부터 지금까지의 교육에 대한 여러 가지 상황의 변화는 큰 관심사였습니다. 아이와 함께 박물관 전시를 보며 문득 우리 가족 중에서 한국의 역사를 생생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는 분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저희 아버님이십니다. 1950년 대 원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신 아버님께 당시 상황을 직접 듣고 아버님이 다니셨던 대성고등학교 기념관에 들러 견학을 했습니다.

 

 

원주 대성고등학교 무위당 기념관

 

50년대 초, 당시 서울대 재학생이던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해방 후, 자신의 학비로 지역에 학교를 세워 아이들을 가르치자는 뜻으로 학교를 설립했습니다. 그 학교가 바로 원주에 있는 대성고등학교로, 2회 대성고 졸업생이신 아버님은 그 시절을 회상하시며 무위당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비치셨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아무 것도 없는 척박한 땅에 자신의 것을 나누고자 하셨던 선생 덕분에 배움을 지속할 수 있으셨고, 어려웠던 그 시절의 학창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해방 후 콩나물교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각종 첨단 시설을 갖춘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둘째 아이는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할아버지의 학창시절 학교 풍경과 물건을 보며 신기해하였습니다. 허름하고 낡은 책걸상이 따닥따닥 붙어 있는 콩나물교실에서 공부하며, 50년대에는 싸 갖고 갈 도시락이 없어 물로 배를 채우는 학생들도 많았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점심 시간이면 당연히 학교 급식이 나오는 걸로 알고 지낸 아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1949년 교육법이 공포됨에 따라 의무교육이 출범했으나, 당시만 해도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농촌에서는 학교 교육보다도 생업에 종사해야만 입에 풀칠할 수 있었던 아이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저희 아버님은 그나마 운이 좋아 고등학교와 대학교육까지 받을 수 있었음에 감격스러워 하셨습니다. 저는 너무도 당연하게 누리고 사는 지금의 교육현실에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광복특별 교육프로그램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실을 보며 아버님과 저, 제 아들까지 3대가 느끼는 것은 각각 달랐습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박물관의 광복특별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둘째 아들이 전시실을 돌면서 느끼는 감정은 무엇이었을까요? 전시물들 앞에 서서 뭔가 빼곡히 기록하고 있는 아이에게 지금 쓰고 있는 글자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싶어졌습니다. 우리 말, 우리 글을 빼앗기고 이름조차 남의 나라 이름을 써야만 했던 답답했던 시절로부터 해방된 지, 이제 70년이 되었음을 알리고 싶습니다. 또한, 지금 이 아이를 우리 것을 지키고 우리나라의 위상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내는 것, 그것이 저의 과제라고 생각해봅니다.

 


본 글은 한걸음 기자단 개인의 의견으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편집 의도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