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한 화폐전문업체가 진행한 화폐경매에는 국내외 희귀화폐 958점이 출품되었습니다. 이날 나온 현행 주화 중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은 1998년 발행된 500원 주화. 이 동전의 최종 낙찰가는 103만원으로 무려 액면가의 2060배나 되는 금액이었습니다. 100만원을 넘어버린 이 500원 주화의 가치. 도대체 무엇이 500원의 몸값을 이렇게 높여놨을까요?
▲ 1998년 발행 500원짜리 주화 (사진 출처: 화동양행 홈페이지)
화폐수집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희귀성’입니다. 그만큼 1998년에 발행된 500원이 쉽게 찾기 어렵다는 이야긴데요, 그 이유는 1997년 외환위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IMF가 닥치자 이듬해인 1998년에 한국은행은 500원 짜리 동전을 8천개만 발행합니다. 그것도 시중에는 유통되지 않는 민트세트로 말이지요. 민트(Mint)세트란, 한국은행에서 당해 제조한 주화 6종(1원, 5원, 10원, 50원, 100원, 500원)을 묶어 증정용으로 만든 화폐 기념품을 말하는데요, 그러니까 1998년에는 거래를 위한 500원짜리 동전을 아예 만들지 않은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동전은 상당량 유실되기 때문에 매해 환수액(시중에 유통되는 화폐 집계 금액)보다 많은 액수를 발행하여 보충합니다. 그러나 1997년에는 외환위기로 허리띠를 졸라맨 국민들이 집 안에 잠자고 있던 동전들을 꺼내 사용하면서 1998년에는 시중에 500원짜리가 (새로 발행할 필요가 없을 만큼) 많아지게 됐습니다. 1998년은 500원 주화 발행액이 환수액보다 적었던 유일한 해로, 한국은행은 500원짜리 동전을 오직 기념품으로만 만든 것입니다.
‘한국경제 제2의 도약’을 상징하는 500원 동전 속 학이 비상하듯, 1997년 외환위기로 무너진 대한민국 경제에 숨을 불어넣고자 많은 500원 동전이 집 안에서 밖으로 나온 것은 아닐까요? 혹시 여러분의 지갑이나 호주머니 속에도 1998년 발행된 500원 동전이 숨어 있는 지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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