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기는 History/인물 이야기

4전 5기의 신화 근성의 복서 홍수환

4전 5기의 신화

근성의 복서 홍수환

 

피겨의 여왕 김연아가 제2회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순간, TV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연아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가는 곳마다 뜨거운 이슈였지요. 김연아 선수는 국민에게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노력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었습니다. 과거에도 그런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1977년 11월 27일은 4번이나 쓰러지고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복싱 선수 홍수환이 WBA(세계복싱연맹) 주니어페더급 챔피언을 거머쥔 날입니다. 그의 ‘4전 5기 신화’는 당시 삶에 지치고 고단했던 국민들에게는 피로회복제와 같았습니다.

 

세계의 주먹을 무너뜨린 한 방

 

▲1974년 WBA 벤텀급 대회에서 승리 후 귀국한 홍승환 (출처: 국가기록원)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197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WBA 벤텀급 세계챔피언 대회 타이틀 매치에서 승리한 후, 홍수환이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던 어머니에게 전화로 건넨 첫마디입니다. 중계방송을 보고 듣던 많은 국민들이 함께 그 감격을 나누었지요. 하지만 챔피언 홍수환은 이후 알폰소 사모라에게 두 차례나 패배하고 타이틀을 빠앗기면서 ‘그의 시대는 갔다’는 여론에 휩싸이게 됩니다. 1977년, 홍수환은 재기를 위해 ‘지옥에서 온 악마’라 불리는 헥토르 카라스키야에게 도전장을 내밀게 됩니다.

 

강한 힘과 주먹을 자랑하는 그를 상대로 1라운드는 생각보다 쉽게 넘어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2라운드가 시작되자, 좌우 연속으로 들어오는 상대의 주먹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요. 그는 2라운드에만 4번이나 링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그를 응원하기 위해 텔레비전 앞에 모였던 사람들은 시작하자마자 쓰러지기만 하는 홍수환을 보며 좌절했습니다. 생명이 위험해지기 전에 기권을 하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나 3라운드를 알리는 공이 울리자 홍수환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왼쪽 주먹을 강하게 날렸고, 온힘을 다해 마지막 펀치를 날리는 순간, 휘청거리던 상대가 쓰러졌습니다. KO승! 그렇게 홍수환은 또 다시 챔피언에 올랐고, 지금까지도 유명한 ‘4전 5기’ 기적의 신화를 쓰게 됩니다.

 

▲1977년 WBA 주니어페더급 매치경기 (출처: 국가기록원)

 

복싱과 인생은 서로 닮은 쌍둥이

 

1980년 홍수환은 은퇴를 선언합니다. 그의 나이 딱 서른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2의 인생을 살기 위해 미국으로 이민을 가지요. 하지만 전 세계 챔피언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얻은 선수라도 이민생활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택시 운전을 하고 신발노점상을 하고 옷가게도 열어봤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나중에는 마약 운반을 도왔다는 누명까지 쓰면서 실패와 좌절을 맞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링 위에서 넘어지면 그때마다 다시 일어섰던 것처럼 인생에서도 다시 일어나고자 한국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현재 홍수환은 지도자로서, 방송 해설자와 강사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두가 질 것이라 여겼지만 우뚝 일어선 선수시절과 잘 될 거라고 기대했지만 실패한 이민생활. 둘을 되돌아보니 복싱과 인생은 참 닮았다” 고 말이지요. 포기하지 않고 버틴 사람에게 다가오는 승리의 순간! 이것이 링 위에서, 그리고 링 밖에서 홍수환이 우리에게 던지는 희망이 메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