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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History/인물 이야기

대한민국 속 살아있는 영화, 국제시장

최근 천만 영화대열에 합류하며 대한민국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영화 <국제시장>인데요, 이 영화는 흥남철수, 파독광부, 베트남 파병, 이산가족 찾기 등 대한민국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덕수의 삶을 다뤄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는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인 덕수로 대표되는 우리 시대 아버지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박물관에 전시된 약 1,200점 중의 역사적 자료 중에 13%에 달하는 약 160점은 한국 역사의 산 증인인 수많은 덕수가 기증한 자료인데요, 박물관 전시가 실제 내 것인 것처럼, 우리 부모님들의 것인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죠.

 

그럼 지금부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영화 속 주인공 덕수의 삶과 실제 우리시대 아버지의 삶을 살펴볼까요?

 

 

 

 

흥남철수작전은 19501223일 국군과 유엔군이 중국군의 갑작스러운 참전으로 육로가 막히자 흥남 해상을 통해 철수한 작전인데요, 이 작전에 마지막으로 투입된 배가메러디스 빅토리호입니다. 선원 60명 정원의 7,600톤급 화물선인 이 배는 당초 실려 있던 모든 무기와 장비를 버리고 14천여 명의 피란민을 태우고 남쪽으로 철수했고, 1225일 거제도 장승포항에 피란민을 안전하게 내려놓았습니다. 혹한과 적군의 포화, 비좁은 공간 등 극도로 열악한 항해였지만 단 한명의 사상자도 없었고 오히려 배 안에서 5명의 새 생명이 태어났는데, 미국 선원들은 각각 김치 1~5로 이름 지어 주었습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2전시실에는 메러디스 빅토리호 내부를 구현하여 전시되고 있는데요, 앉을 틈 없이 빽빽하게 사람들로 가득 찬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확인해보세요.

 

 

2전시실에 구현된 메러디스 빅토리호

 

 

 

 

 

 

6·25전쟁으로 수많은 전쟁미망인과 10만 명의 고아가 발생했습니다. 생필품은 부족했고 먹을 것도 없어서 어린이들마저 한 푼이라도 돈을 벌기 위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죠. 당시 13살이던 황인덕(1939년생, 수원) 씨도 그러했습니다. 황인덕씨는 1951년부터 3~4년간 구두닦이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는데요, 군 전역 후 철도청에 입사하여 1998년까지 34년간 철도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형편도 나아졌지만, 구두닦이 통만은 버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황인덕씨는 자신의 삶의 애환이 담긴 구두닦이 통을 2012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기증해 주셨고, 현재 제2전시실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구두닦이 통(1950년대), 23.5x20.5cm, 황인덕 기증

 

 

 

 

 

 

1963년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8,000여 명의 광부와 11,000여 명의 간호사들이 서독에 파견되었습니다. 광부, 간호사는 일이 힘들고 고되어 독일에서 기피하는 직업이었지만, 한국인들은 근면 성실한 태도로 일하여 국가의 위상을 높였을 뿐 아니라 월급의 대부분을 다시 한국의 가족들에게 보내어 한국 경제 성장에 큰 보탬이 되었습니다. 김영식(1946년생, 대전)씨도 1977부터 4년 동안 독일에서 광부 생활을 했습니다. 그가 독일에 도착한 후 가족에게 부친 엽서에는 한국에 남겨둔 딸의 안부를 묻는 내용이 담겨있는데요, 이 엽서는 현재 3전시실에 전시되어 있지요. 이 밖에도 파독광부와 간호사가 당시 사용했던 물품과 월급명세서, 한국으로 돈을 보낸 송금증명서, 일기와 사진앨범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파독 광부의 편지·일기·여권 등(1977), 김영식 기증

 

 

 

 

 

베트남 전생이 확대되어 미국과 베트남 정부가 대한민국 파병을 요청하자 정부는 1964년에는 비전투 병력을, 1965년부터는 전투 병력을 보냈습니다. 1973년까지 8년간 총 31만 명이 파병되어 한미동맹의 강화, 한국군의 현대화와 더불어 10억 달러가 넘는 외화 수입을 가져왔지만 만 6천여 명이 넘는 사상자, 현재까지도 고통 받는 고엽제 피해자 등 수많은 희생이 따랐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베트남으로 파병된 손수현(1943년생, 인천)씨가 1969년 귀국하면서 가져온귀국상자를 비롯한 관련 물품을 소장하고 있고, 전시실에는 베트남 파병과 관련된브라운 각서등의 문서와 참전자들의 소지품, 부대마크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베트남전 귀국 상자(1969), 123x103x98cm, 손수현 기증

 

 

 

지금까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역사적 자료들을 통해 영화 속 덕수의 삶과 실제 역사를 비교하며 살펴봤는데요,한국 근현대사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지 않으셨나요? 영화 <국제시장>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간접체험 했다면, 이번 겨울 방학 동안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통해 퍼즐 조각을 맞추듯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을 익혀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