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 광부, 그리고 간호사들의 마을, 남해 독일마을

경상남도 남해를 여행하다 보면 이국적인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한 마을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이곳은 독일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이국적인 매력 때문에 휴양지, 관광지로도 유명한데요. 독일마을이 만들어진 배경을 아시나요?

이곳 주민들 대부분은 1960년부터 1980년도까지 서독에 파견되었던 한국 광부와 간호사들입니다. 1960년대 산업 군역으로 독일에 파견되어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독일 거주 교포들이 고국으로 다시 돌아와 정착할 수 있도록 기반 시설을 정비하고, 독일의 이국적인 문화를 경험하는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해 2001년에 조성된 마을인데요. 이들이 독일에서 직접 가져온 건축 자재를 이용해 전통적인 독일 양식의 주택으로 건립하고, 2012년 첫 입주를 시작으로 2013년도에 초 33동의 주택이 완공되었습니다. 

< 파독 광부 모습 / 출처 : COODNEWS 2013.02.15 >

 

모두가 가난했던 1960년대 한국 정부에서는 실업문제 해소와 외화 획득을 위해 서독에 7,900여 명의 광부와 1만여 명의 간호사를 파견했는데요. 3년 계약의 파독 광부들에게는 매월 600마르크(160달러)의 높은 수입이 보장되어 있었고, 간호사들은 일반 회사원의 10배 이상의 월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타향에서 젊음과 땀방울로 맞바꾼 월급의 50~80%는 당시 1인당 국민 총생산(GNP)이 100달러가 채 안 되던 가난한 조국으로 송금했는데요. 이들이 연간 송금한 돈은 약 5,000만 달러에 이르렀고, 이 돈은 한국 경제개발과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 파독 광부 모습 / 출처 : COODNEWS 2013.02.15 >

이들은 일시 체류자로 분류되어 서독에서 1967년 대한민국 제6대 대통령선거, 제7대 국회의원 선거와 7대 대통령 선거, 8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회 부재자투표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가난했던 나라와 가족을 위해 먼 타향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야 했던 이들은 기러기 아빠와 기러기 엄마의 원조 격인 셈입니다. 

< 파독 전시관 / 출처 : 남해 독일인 마을 홈페이지 >

 

독일 마을 위쪽에는 남해 파독 전시관이 있는데요. 파독의 역사적 배경과 파독 광부, 파독 간호사들의 삶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곳입니다. 지하 1.200 미터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파독 광부. 머나먼 이국땅에서 나라와 가족을 위해 청춘을 바쳤던 그들의 땀방울과 눈물로 얼룩져 있는 광산 유물들도 전시되어 있는데요. 파독 광부들의 배고프고 고단했던 삶을 느끼게 해 줍니다.

 

< 광산 유물들 / 출처 : 연합뉴스 2014.06.26. >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수많은 날들을 눈물로 지새웠을 그들. 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친절함과 성실함으로 독일인들에게 인정을 받으며 새롭고 낯선 삶에 적응해 나갔다고 합니다.

 

희망을 찾아 먼 곳 독일로 떠나 젊은 나날을 보낸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고국으로 돌아오고자 한 소망이 이루어진 이 곳 남해 독일마을. 경상남도 남해에 가면 이들의 발자취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독일문화도 느끼실 수 있답니다. 봄이 되면 남해 독일마을에 들러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