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과 함께 달리는
삼륜차 ‘삼발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1960~70년대 대한민국 도로를 메운 운송수단은 ‘삼발이’였습니다. 삼발이는 타이어 바퀴가 세 개라 붙여진 별명으로 1960년대 일본 동양공업(현 마쯔다)과의 기술제휴를 바탕으로 기아산업(현 기아자동차)에서 생산한 삼륜차의 애칭인데요, 국내 용달운수업의 효시가 된 이 차량은 당시 생활필수품이던 쌀, 연탄 등을 운송하는데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오늘은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위해 전국곳곳을 달렸던 삼륜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터미네이터처럼 힘이 센, 삼륜차 T-600
‘삼발이’는 앞바퀴가 하나이고 뒷바퀴가 두 개입니다. 구조가 단순해서 만들기 쉬운데다 차체가 작고 가벼워서 저렴한 가격에 출시되었지요. 무엇보다 유지관리비가 적게 들어 인기가 높았습니다. 기아산업이 처음 만든 삼륜차는 ‘K-360’이라는 모델이지만, 용달차의 원조가 된 모델은 그 다음 모델인 ‘T-600’입니다. 300kg의 화물만 실을 수 있었던 이전 모델보다 적재량이 두 배로 업그레이드된 ‘T-600’은 출시되자마자 무섭게 팔려나가, 1974년까지 7천 742대나 생산되었습니다. 이후 엔진 배기량도 크고 차체 사이즈도 커진 삼륜차 ‘T-1500’과 ‘T-2000’도 출시되었는데, ‘T-2000’은 적재량이 최대 2톤까지 가능할 뿐 아니라 고속도로 통행도 가능했다고 합니다.
▲기아 삼륜차 T-2000(출처: 기아자동차 홈페이지)
문화재로 재탄생한 삼륜차
삼륜차의 매력은 저렴한 가격과 싼 유지비 뿐 아니라, 산동네 같이 높은 언덕길이나 좁은 골목길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도로가 정비되지 않았지만 물류 이동이 많아지는 경제개발도상국에 꼭 맞는 자동차인 셈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장점이 많은 삼륜차를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는데요, 그 이유는 안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바퀴가 하나여서 방향을 틀 때 균형 잡기가 힘들뿐 아니라 차량 자체가 워낙 가벼워서 방향을 옆으로 돌 때 쓰러지는 경우가 많았지요.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일어나다보니 1972년에는 삼륜차의 고속도로 통행이 금지되었고, 네 바퀴 자동차의 보급과 함께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지금은 전국에 3~4대 밖에 남아 있지 않아 쉽게 찾아보기가 힘든데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오시면 대표적인 삼륜차 ‘T-600’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1980년대까지 제과업체인 샤니에서 사용했던 이 차량은 2008년에 등록문화재 제400호로 지정되었습니다.
동남아를 누비는 대한민국의 삼륜차
박물관에 전시된 문화재가 아닌 실제 거리를 달리는 삼륜차를 보려면 동남아로 가야 합니다. 태국이나 필리핀 여행을 가게 되면 ‘툭툭’이라는 삼륜차 택시를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이 삼륜차는 1962년 처음으로 삼륜차를 만든 우리기업, 기아자동차의 수출품입니다. 삼륜차의 수요가 없는 우리나라 대신 해외로 수출해, 올해 5월까지 세계 누적 판매량 3,000만 대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제 삼륜차는 국내에서 이용할 수 없는 차량이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경제성장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기아 삼륜 트럭 T-600, 등록문화재 제 400호(출처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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