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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기자단 History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 '이문설농탕'

한국 최고(古)의 음식점

서울에 살고 있으면, 일본에서 한국에 놀러 오는 친구에게「맛있는 가게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받을 때가 많습니다. 미식가가 아닌 저는 그 때마다 한국 친구에게 물어 보거나 인터넷을 뒤져서 맛있다고 소문난 가게를 찾아야 합니다. 그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창업00년”이라는 문구입니다. 긴 역사를 가진 음식점은 오랫동안 혹독한 경쟁을 이겨내 지금까지 왔다는 것이고 그만큼 맛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에는 긴 역사를 가진 음식점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일제시대나 6•25전쟁 등 격동의 역사를 겪은 것도 그 이유의 하나이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제조업의 지위가 낮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은 가게가 성공했다 해도 자식한테 물려 주려고 하지 않는듯합니다.


그런데 창업 11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음식점이 서울에 있습니다. 「이문설농탕」이라는 설렁탕집입니다. 창업은 1904년이며(1907년이란 설도 있음), 서울뿐만 아니라 한국 내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의 「이문설농탕」. 예전의 정취는 사라져 버렸다


창업 당시에는 2층 목조건물의 한옥으로 세워졌다고 합니다. 전통 가득한 목조건물은 2014년에 허물어지고, 지금은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1년에는 종로지구 재개발 때문에 여기를 떠나 지금은 원래 위치에서 5분정도 떨어진 견지동에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문설농탕」의 2층 목조건물



'이문'이라는 이름의 유래

‘이문’이란 조선시대 때 세조의 명령으로 마을 입구마다 세워진 방범초소로, 종로 이문은 지금의 인사동222번지, 종로 타워 뒤편에 있었습니다. 1901년경 제작된 서울 지도를 보면, 종각 위에  「이문」이란 한자가 보입니다.

 

옛날의 음식점은 특별한 이름이 없었고, 지역 이름이나 가게주인의 특징으로 그 가게를 지칭하는 것이 보통이었다고 합니다. 이문설농탕도 이문 근처에 있었어 그렇게 불려 졌다고 하네요.


▲1901년경에 제작됐다고 하는 서울지도. 종각 위에 「이문」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서울의 변천을 지켜 봐 온 가게

종로는 명동이나 강남에 밀려, 서울의 중심 지위에서 다소 밀려났지만, 당시에는 한국 제일의 번화가였으며, 그 뒷골목에 있던 이문설농탕은 많은 사람들이 찾은 곳이었습니다.


이문설농탕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우리가 아는 역사적 인물도 많이 있었는데요, 베를린 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종로의 뒷세계를 지배했던 장군의 아들 김두한, 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초대 부대통령인 이시영, 남조선 노동당 당수 박헌영이 대표적 입니다.


서울의 명물 설렁탕

소의 뼈나 고기를 오랫동안 푹 끓여서 만드는 설렁탕은, 저렴하지만 영양가도 높고 맛도 좋아 지금까지도 서민의 요리로 사랑 받고 있습니다. 설렁탕집에 가면, 대부분 선농단 유래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설렁탕에는 ‘설렁탕’과 ‘설농탕’ 2가지 표기가 있는데요, 여기서 궁금해 지는 것이 ‘설렁탕’의 어원입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은, ‘선농탕’이 ‘설농탕’으로, 이것이 다시 ‘설렁탕’으로 변화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주변일대의 재개발 때문에 모두 빈 폐허가 됐다. 종로타워가 바로 뒤에 보인다.


조선시대 때, 친경제라고 국왕이 스스로 논밭을 갈아서 국민에게 견본을 보이고, 농업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의식이 있었는데 그 의식을 치르던 제단을 선농단(先農壇)이라고 했습니다. 친경제가 끝나면, 왕이 농사에 동원된 소를 잡아 탕국을 만들고 그것을 의식을 구경하러 온 백성들에게 나누어 줬다고 합니다. 그 탕국을 '선농탕'이라고 하고 그것이 설렁탕의 어원이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책은 이 선농단 유래설을 부정하고, 설렁탕은 몽골어가 변화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몽골에서 물에 고기를 넣어 우려낸 탕국을 한자로 '空湯(공탕)' 이라 쓰고, 이것의 몽골어인 '슈루'가 변화해서 설렁탕이 되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몽골과 고구려 등 기마민족의 육식문화를 생각하면 몽골어 유래설도 설득력이 있네요. 




▲'설농탕'으로 표기된 '이문설농탕'의 간판(왼쪽)과 '이문설농탕'의 설렁탕



설렁탕집은 어디에 가도 흔히 볼 수 있지만, 110년의 전통을 가진 설렁탕은 이문설농탕 뿐입니다. 이 곳에서 서울 명물의 맛을 음미하면서, 가게의 역사와 요리의 역사를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본 글은 한걸음기자단 개인의 의견으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편집의도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