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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History/인물 이야기

소설 <자유부인> 여권 신장인가? 음란 퇴폐물인가?

 소설 <자유부인>

여권 신장인가? 음란 퇴폐물인가?

 

한국의 현대사회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높아져 많은 부분 남녀평등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해도 상황은 많이 달랐지요. 남녀가 유별하다는 조선시대 유교의 영향으로 여성들의 삶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습니다. 이때 여권 신장에 증폭적인 역할을 한 소설이 등장했는데요, 당시 사회적으로 엄청난 논란을 일으킨 <자유부인>입니다. 오늘은 그 소설을 쓴 정비석 작가와 그의 대표작 <자유부인>을 통해 6.25전쟁 이후 대한민국 사회의 모습이 어땠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베스트셀러 작가

 

정비석은 1911년 평안북도 의주에서 태어나 1936년 소설 <졸곡제>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1937년 소설 <성황당>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가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성황당>은 숯을 구우며 사는 현보와 서낭신을 숭배하는 그의 아내 순이의 토속적인 삶과 부부애를 다룬 이야기이고요, <<문장지>>에 발표한 소설 <제신제>는 기독교 교리와 인간의 육체적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신학도를 이야기한 작품입니다.

 

순수문학을 하던 그는 1954년 <<서울신문>>에 <자유부인>을 연재하면서 대중 문학 작가로 변신하는데요, <자유부인> 연재가 끝나자 신문부수가 5만 2,000부나 급감할 정도였고, 단행본으로 나온 <자유부인>은 무려 14만 부 가까이 팔렸습니다. 우리나라 출판 사상 처음으로 1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하지만 작품은 곧 음란성 시비에 휘말리게 됩니다. 여성단체에 고발되기도 했고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 소설 <자유부인> (출처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자유부인>, 여성의 자유 시대를 말하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였기에 이렇게 큰 인기와 제재를 한 몸에 받았을까요? <자유부인>의 내용을 살펴보면 주인공 오선영은 대학 교수 남편을 둔 정숙한 가정주부입니다. 친구의 권유로 동창회에 나갔다가 화려한 동창들 모습에 마음이 흔들리면서 화려한 생활을 동경합니다. 집을 나와 양품점에 취직을 하고 남편의 제자와 춤을 추러 다닙니다. 남편 또한 다른 여자한테 마음을 두면서 가정 파탄의 위기가 찾아오지만, 마지막에는 두 사람 모두 가정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요즘 막장드라마에 비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닌 내용이지만, 그 당시에는 여성이 직업을 갖는 것, 결혼한 여성이 사교춤을 추며 다른 이성과 가까이 하는 내용 등이 성윤리와 도덕성 논란을 일으키며 화제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한편 6.25전쟁 전후 과도기적 혼란한 사회 분위기와 전쟁미망인이 직업 전선에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것이 인기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6.25전쟁 전후의 모습과 인간의 욕망에 대해 적나라하게 담고 있는 한 편의 소설 <자유부인>으로 우리는 1950년대를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