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기는 History/나의 이야기

겨울이면 더 생각나는 그때 그 시절 간식

겨울이면 더 생각나는

그때 그 시절 간식

 

밤이 길고 추운 겨울밤에는 다른 때보다 쉽게 배고픔이 찾아옵니다. 요즘에는 한밤중이라도 24시간 편의점을 이용해 쉽게 간식을 구할 수 있지만 먹거리가 부족했던 예전에는 출출함을 달래줄 간식의 종류도, 살 수 있는 시간도 한정적이었죠. 하지만 그렇게 먹은 간식이야말로 정말 꿀맛! 요즘도 ‘그때 그 시절’ 간식을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겨울철 간식의 쌍두마차 ‘군고구마’와 ‘가래떡구이

 

퇴근한 아버지의 손에 들려있던 군고구마 봉지는 아이들이 아빠를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잘 익은 군고구마를 한 입에 물면, 뜨겁기도 하고 달콤하기도 한 그 맛은 눈깔사탕과도 견줄 수 없었지요. 뜨거우니까 천천히 먹으라고 아이들을 달래던 어머니는 슬그머니 마당으로 나가 장독대에서 김장김치를 꺼내옵니다. 때로는 얼음이 사각거리는 동치미국물이 나오기도 했지요. 지금도 “군고구마에는 뭐니뭐니해도 김치를 손으로 쭈-욱 찢어서 같이 먹어야 제 맛”이라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 방이나 교실을 따뜻하게 하면서 밥도 익혀줬던 난로

 

그리고 난로에 구워 먹던 가래떡은 또 다른 겨울철 별미였습니다. 요즘은 난로를 피우는 일이 드물지만 1960~1970년대만 해도 난로는 중요한 난방수단이었는데요, 집안 거실이나 교실 난로 위에는 반드시 양철 도시락과 가래떡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난로 옆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가래떡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에 겨울밤이 깊어가는 줄도 몰랐답니다.

 

오늘은 메밀묵 장수가 안 오나?

 

메밀묵과 찹쌀떡은 서민들의 추운 겨울밤을 위로해주던 야식이었습니다. 이 야식을 먹으려면 밤이 되기만을 기다려야했습니다. 밤이 깊어지면 골목 저쪽에서부터 “찹쌀떡~ 메밀묵~.” 소리가 들려왔지요. 지금은 듣기 힘든 목소리지만 불과 30년 전만해도 쉽게 들을 수 있는 소리였습니다. 찹쌀떡과 메밀묵을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면 어머니는 아이를 시켜 메밀묵을 사오게 합니다. 그리고 사온 메밀묵은 송송 썬 김치와 함께 참기름, 깨소금에 버무려 먹으면 출출한 밤에도 금세 속이 든든해졌습니다.

 

그런데 메밀묵 장수는 왜 찹쌀떡을 같이 팔았을까요? 그 이유는 두 음식의 궁합에 있습니다. 찹쌀떡은 소화가 잘되고 메밀묵은 열량이 낮아 야식으로 각각 장점을 가지고 있었지요. 또 쫀득한 찹쌀떡을 먹었을 때의 텁텁함을 말랑말랑한 메밀묵이 없애주어 함께 먹기에 딱 좋았다고 합니다.


▲ 메밀묵 장수(출처:국가기록원)

 

한국인이 사랑한 풀빵

 

밀가루를 개어서 만든 풀은 도배를 할 때나 봉투를 붙일 때 접착제로 쓰지만, 빵을 만드는데도 쓰입니다. 빵하면 제과점에서 파는 서구식 빵을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가 겨울철에 찾는 빵은 그 이름도 정겨운 ‘풀빵’입니다. 지금은 풀빵이라는 말 대신 ‘붕어빵’, ‘잉어빵’을 더 자주 듣게 되지만 사실 모두 풀빵의 종류들이지요. 값도 싸고 바로 구워 따뜻한 풀빵은 언 손을 녹여주는 고마 간식이었습니다.

 

▲ 풀빵 굽는 모습만 봐도 침이 꿀꺽(출처:국가기록원)

 

풀빵 중에서 우리에게 친근하고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풀빵계의 스테디셀러는 단연 ‘붕어빵’입니다. 붕어빵은 적은 돈으로도 배를 채울 수 있어서 서민들 한끼 식사 대용으로도 손색없는 고마운 먹거리입니다. 붕어빵은 19세기 말 일본의 도미빵에서 유래한 먹거리이지만 구운 밀가루의 바삭함과 달콤한 앙꼬를 먹는 맛에 어느 새 한국인의 간식이 되었지요. 요즘은 계란빵, 바나나빵, 땅콩빵 등 다양한 빵에 밀려 인기가 다소 식었지만 여전히 사랑받는 겨울간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