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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History/나의 이야기

동전 떨어지는 소리에 그리운 마음을 담아, 공중전화 변천사

동전 떨어지는 소리에 그리운 마음을 담아

공중전화 변천사

 

요즘 사람들은 거리를 다닐 때도 손에서 스마트 폰을 놓지 않는데요. 초등학교 학생들도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시대, 거리에 세워져 있는 공중전화가 무색합니다. 그러나 몇 십 년 전만해도 공중전화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소식과 마음을 전해주는 고마운 시설이었습니다. 특히 1986년 10월 20일에 선보인 MS카드식 공중전화는 동전을 제때 넣지 않아서 통화가 중간에 끊어지는 일이 없어, 동전을 쌓아놓고 통화를 했던 장시간 통화자에게 특히 사랑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중전화는 1902년? 1962년?

 

우리나라에 전화기가 들어온 것은 조선 말인 1896년입니다. 고종황제가 계시던 덕수궁에 공무용으로 설치되었지요.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공중전화는 대한제국 시기인 1902년 3월에 서울과 인천 사이에 개설되었습니다. 지금의 길거리 공중전화와는 다르게 ‘전화소’라는 곳에서 통신 관리원인 ‘장리(掌吏)’에게 돈을 내고 사용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먼 곳으로 목소리를 전하고 또 들을 수 있던 전화기는 그 편리함 때문에 서울과 개성, 개성과 평양, 서울과 수원 등 빠른 속도로 전국에 보급됩니다.


▲자석식 벽걸이 전화기(출처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던 공중전화는 1962년에나 설치되었습니다. 산업박람회장에 있던 부스식 무인공중전화기를 철거하여 서울 시내 번화가 10곳에 설치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 공중전화기를 ‘벽괘형 공중전화’라고 하는데요. 빨간 네모 상자에 동그란 다이얼식 번호판이 붙어있었습니다. 집집마다 전화가 흔치 않던 시절, 슈퍼마켓이나 담배 가게 옆에 달린 빨간 전화통 앞에는 동전을 바꿔 든 사람들이 긴 줄을 만들며 서 있는 광경이 흔했습니다.


 

▲체신 1호 시내용 공중전화기(출처 : 한국통신 홈페이지)

 

공중전화기의 쌍두마차, D.D.D와 MS카드

 

뒤를 이어 장거리 자동공중전화기(Direct Distance Dialing)가 1978년 12월에 등장합니다. 디지털 디자인으로 탈바꿈한 은색 장거리 자동공중전화기는 국내 자체 제작이라서 더 의미가 깊은데요. 이 공중전화기는 동전을 투입하면 투입량과 잔량이 전자식으로 표시되었을 뿐만 아니라 교환원없이 자유롭게 통화가 가능했습니다. 이와 같은 편리함은 물론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1989년에는 D.D.D를 배경으로 한 가수 김혜림의 ‘디디디’라는 대중가요가 등장했지요.

 

그리고 28년 전 오늘 등장한 MS카드식 공중전화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동전 대신 마그네틱 카드를 사용하는 이 전화기는 비용이 빨리 떨어지는 장거리 전화를 걸때 편리했습니다. 동전을 수북이 준비해서 끊임없이 동전을 넣는대신 2000원, 3000원, 5000원, 10000원 짜리 공중전화가 카드 하나로 마음 편안하게 장거리 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집전화뿐만 아니라 가능했던 국제전화까지 가능했으니 그야말로 장거리 전화를 위해 태어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점점 진화하는 공중전화기

 

요즘은 동전과 카드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쓸 수 있었던 것에서 이제는 동전과 카드 모두 한 전화기에서 사용이 가능해지는가 하면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로도 전화를 걸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또 영상통화도 가능합니다. 현재 군부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영상 공중전화는 음성과 영상 통화는 물론 메일 전송까지 할 수 있답니다. 인천국제공항에 설치된 인터넷 공중전화기는 음성 통화를 하면서 넓은 창으로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죠.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으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공중전화. 하지만 아직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기에 여전히 곳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고 다양한 통신기술을 접목해 계속해서 변신하고 있는 걸 보니, 기특하기까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