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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History/인물 이야기

20세기 가장 위대한 민족시인, 김소월

20세기 가장 위대한 민족시인,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진달래꽃」, 시인 김소월   




우리나라 성인 중 위의 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첫 구절을 말하기 시작하면 줄줄이 외울 수 있고, 거기에 음까지 붙여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2000년대 초반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지난 20세기에 가장 위대한 시인 열 명 중 첫 번째로 뽑힌 시인이 바로 김소월입니다.


김소월은 한국 현대 시인의 대명사입니다. 그가 남긴 시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외워지고 있습니다. 오늘의 그의 삶과 문학 작품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민족 시인의 탄생


음력으로 1902년 8월 6일, 시인 김소월은 평안북도에서 태어났습니다. 김소월의 본명은 김정식으로 폐인이 되어버린 부친을 대신하여 조부 아래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김소월은 어렸을 때부터 비범한 기억력과 관찰력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기억했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구술하는 데 재간을 보였습니다.


김소월은 민족적 자긍심이 강했던 오산학교에 진학하여 공부를 하던 중 문학 스승인 '김억'을 만나 본격적으로 문학과 시쓰기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스승님의 소개로 1920년 그의 시 5편을 <창조>지에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하였습니다.


그 후 그는 다양한 시들을 계속 발표하며 문학적 자질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3·1운동의 여파로 학교가 폐교하자 배재고보에 편입하여 졸업할 때까지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이때 김소월의 대표시 '진달래꽃'이 발표되었습니다.



문학작품 최초로 문화재 등록



진달래꽃 초판본 (출처: 문화재청)


1925년 발간된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은 우리나라 근대 문화작품 중 최초로 문화재로 등록되었습니다. 1925년 12월 26일 발간된 '초간본'으로 김소월의 주옥같은 작품 127편이 실려있습니다. 


그의 전반적인 작품은 그 당시 우리 민족사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당시의 식민지 시대에 우리 민족이 겪는 상실의 아픔과 토속적, 전통적 정서를 절제된 가락 속에 담아낸 점을 고려해 문화재로 등록되었습니다.


'진달래꽃' 시는 김소월 시인의 사후에도 여러 출판사에 의해 시집이 발간될 정도로 우리 민족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며, 이 시집에는 '산유화', '엄마야 누나야', '초혼' 등 주옥같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의 넘치는 문학적 재능과 업적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사업 실패와 경제적인 빈곤에 시달리다가 김소월은 1934년 12월 24일, 곽산에서 아편을 먹고 고작 32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