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애환의 상징, 담배의 변천사
국내에 담배가 유입된 것은 광해군 때인 1608-1618년 즈음으로 일본에서 유입되었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1905년, 대한제국 궁내부 내장원 삼정과에서 국내 최초의 궐련 담배인 <이글>이 생산되면서 근대적 담배제조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담배의 역사는 우리 기술로 담배를 생산한 해방 이후부터로 본다면 그리 긴 역사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담배인삼공사(KT&G)는 해방 이후 현재까지 100여 종이 넘는 담배를 생산했고, 담배 이름은 시대적 문화적 현상을 반영하며 시대 상황을 나타냅니다.
1) 해방 후 민족성성 고취 1945년 9월, 우리나라에서 처음 생산된 담배는 해방을 기념한 ‘승리(Victory)’라는 담배입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기쁨을 담배 이름을 통해 표현하고 있으며, 다음 해인 1946년에 민족의 영산(靈山)으로 여겨지는 백두산의 이름을 딴 담배 ‘백두산’이 나왔습니다. 1949년 선보인 최초의 군용담배인 ‘화랑’은 1981년 말까지 32년간 지속된 국내 최장수 담배로, 통일 신라를 이룬 화랑도의 정신을 대변해줍니다. 이처럼 해방 이후에 나온 담배의 이름은 ‘백두산’이나 ‘무궁화’처럼 민족적 정통성과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일제 강점기에 잃었던 우리의 것과 활짝 열린 미래를 상징하는 것이 많습니다. ▲1940년대 담배들 (출처: 해금강 테마박물관) 2) 1950년, 전쟁 후 재건의 의지 1950년대 6. 25 전쟁이 이후 폐허가 된 조국을 되살리자는 의미에서 새로운 조국의 건설이 가장 부각되는 뜻으로 ‘건설’이란 이름의 담배가 나왔습니다. 또한 1958년에 선보인 ‘아리랑’은 국내 최초의 필터담배이자 두 번째 장수를 기록한 담배입니다. ▲1950년대 담배들 (출처: 해금강 테마박물관) 3) 1960년대, 새마을 운동과 경제개발 1960년대 중반으로 들어가면서 새마을 운동이 전개되고 경제개발이 가속화되기 시작합니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나 ‘새 나라의 어린이’와 같은 노래처럼 국토 개발, 자주 국방, 빈곤 퇴치 등의 중점 사업과 관련한 시대 정신이 담배 이름에도 나타나지요. ‘새마을’, ‘새나라’, ‘상록수’, ‘희망’, ‘샘’,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1969년에는 공급부족까지 나타나기도 한 귀한 담배인 “청자" 등 나왔습니다. ▲1960년대 담배들 (출처: 해금강 테마박물관) 4) 1970년, 수출시장으로 눈을 돌리자 1970년대는 수출 주도 정책의 영향으로 담배 제품의 다양화가 이뤄지고 외국인 소비의 뜻을 가지고 담배가 생산되었는데 ‘태양(sun)’이란 담배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용으로 나온 제품입니다. 이 당시 양담배의 인기가 급상승했는데요, 이때만 해도 양담배를 유통시키거나 피우는 것은 불법이었습니다. 양담배는 전쟁 후 미군부대에서 처음 흘러나왔고, 과시용으로 사람들이 많이 피웠습니다. 이에 전매청(담배·홍삼 및 홍삼제품의 전매와 인삼행정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였던 재무부의 외청) 직원들이 다방을 돌며 연기를 보고 단속을 하기도 했지만 양담배의 인기는 지속되었습니다. ▲1970년대 담배들(출처: 해금강 테마박물관) 5) 1880년대, 88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세계로의 도약 1980년대에는 ‘세계화’에 접근한 담배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선진국에서 사용하던 팽화엽을 원료로 배합한 ‘솔’담배가 인기를 끌었으며, 88브랜드 패밀리 특히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자는 의미에서 88패밀리 제품인 ‘88라이트/ 88골드/ 88멘솔’이 발매됐고, 처음으로 ‘EIGHTY EIGHT 88" 이란 영어 표기가 사용되었습니다. 세계화와 올림픽 유치 성공에 대한 국민적 자부심의 표현으로 보입니다. 이때부터 담배시장 개방을 맞아 담배 이름을 영어로 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 담배들(출처: 해금강 테마박물관) 6) 1990년대, 담배 시장 개방과 IMF 1990년대는 담배 시장이 개방되면서 외산 담배와 경쟁하기 위한 노력이 담배 이름에 나타납니다. 이때 나온 담배는 엑스포를 기념하기 위한 ‘엑스포 마일드 ‘(1991년)를 비롯해 대부분 외산 담배 대응으로 나온 ‘하나로’(1992년), ‘글로리’(1993년), 휴대 및 사용이 편리한 ‘콤팩트’(1994년), ‘THIS’(1994년), ‘오마샤리프’(1995년), ‘심플’(1996년), ‘ESSE’(1996년), ‘겟투(GET2)’(1997), ‘THIS PLUS’ (1998)입니다. 1990년대 나온 담배는 대부분 외래어 이름으로 세계화 추세에 맞춰 작명한 것들입니다. ▲1990년대 담배들(출처: 해금강 테마박물관) 7) 2002년 전후, 담배의 고급화와 새로운 마케팅 방향 1980년 후반부터 담배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외산 담배의 점유율의 증가는 국내시장에 대한 위협을 느끼게 될 정도였습니다. 이에 외산 담배를 견제해야 할 국산 담배 브랜드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졌는데요, 이런 마케팅 전략을 내세워 저타르 담배로 방향을 잡고, 깔끔하고 고급스런 디자인의 ‘RAISON(레종)’, ‘Season(시즌)’, ‘The One(더 원)’등 이 발매되었습니다. 현재는 초슬림형 저타르 제품인 ‘Esse Light(에쎄 라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에쎄 라이트 (출처: KT&G) 앞으로의 담배 이름? 지금까지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담배 이름을 알아본 것처럼, 담배는 그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담배 이름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과 문화적 경향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담배 이름에 독립의 기쁨을 표현하고, 전쟁의 상흔을 씻고 경제개발의 의지와 민족의 긍지를 담았으며, 세계적 도약을 위한 올림픽과 엑스포를 치르고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 담배 이름이 점차 다국적인 언어와 뜻을 가지게 된 것일 텐데요, 앞으로 우리나라 역사와 시대를 어떻게 비춰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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