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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History/물건 이야기

차 한잔과 함께 떠나는 시간 여행, 다방!




‘커피 공화국’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커피 소비량이 많다는 우리나라. 거리에 나가보면 수많은 카페가 거리를 점령하고 있는데요. 1960~70년대에는 지금 카페가 즐비하고 있는 것처럼 수많은 다방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심지어 ‘다방 망국’이라 불릴 정도로 거리 곳곳이 다방이었다고 하는데요. 현재뿐 아니라 과거에도 차를 마시는 공간은 만남의 장소이자 문화가 꽃피는 곳이었습니다.

 

다도 문화가 발달하였던 우리나라에서 다방이 등장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문헌에 의하면 이미 통일신라시대에 다연원(茶淵院)이라는 차 마시는 장소가 존재했고 다방(茶房)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된 것도 고려시대때 부터였다고 합니다. 그 후 조선시대를 거쳐 개화의 물결을 타고 커피와 홍차 등이 보급되면서 우리의 다도 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근대화를 거치면서 서양문물이 많이 보급되고 유학을 다녀온 지식인들이 늘어나면서 근대적인 의미의 다방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죠.



< 삼양다방 / 출처 : 네이버 연합 뉴스 >

 


우리나라 최고령 다방은 1952년 전라북도 전주에 문을 연 ‘삼양다방’인데요. 전주 사람들에게 사교의 공간이자 최신 서양문화를 접할 수 있는 데이트 공간이 되어준 곳입니다. 이곳은 90년대 커피숍이 등장하면서 점점 잊혀 가는 듯했는데요. 2005년 ‘계절회’라는 문화예술원들의 모임과 전시회 장소로 부활하면서 65년째 여전히 그 자리에서 대한민국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다방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 삼양다방 지하에는 ‘전주영화 소품 창고’가 마련되어 있고 정기적으로 핸드 메이드 마켓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 예술인들이 소통하는 창구로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 흑백다방 / 출처 : 중부일보 >

 


대한민국 제2호 다방은 경상남도 창원 진해에 위치한 ‘흑백다방’입니다. 1955년 개업한 이곳은 문화, 예술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시 낭송과 연극 등 문화 예술 행사를 열어온 고전 다방 겸 문화의 공간이었습니다.

 

서양화가 고() 유택렬 씨가 처음 문을 열고 현재는 그의 둘째 딸 피아니스트 유경아 씨가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영화 [화차]의 촬영지로도 유명한데요. 현재는 유택렬 화백의 상설 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며, 각종 문화 예술 행사가 열리고 있다고 하네요.



< 학림다방 / 출처 : 중부일보 >

 


대한민국 제3호 다방은 1956년에 문을 연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학림다방입니다. 서울 미래유산에 선정되기도 한 이곳은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유명 명소이기도 합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곳이죠.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모색하기 위한 첫 모임을 이곳에서 가졌다는 이유로 이 사건을 ‘학림사건’으로도 불렀다고 하는데요. 칠이 벗겨진 나무와 찢어진 시트지 등에서 지나온 역사와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카페를 찾는 손님들의 연령대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데요. 서울의 중심지에 위치한 학림다방이 한자리에서 60년의 세월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다방을 찾는 사람들과 과거의 공간을 지키고자 하는 주인장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요?

 

세월의 흐름과 무수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예전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과거의 이야기와 숨결을 이어가고 있는 다방. 오늘만은 커피숍이 아닌 다방에 앉아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