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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History/인물 이야기

[변천사] 한국, 50년간 해외에 무엇을 팔았나?


6.25전쟁 당시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수출 7위(2013년 WTO발표)의 무역 강국이 되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1962년 6월 21일 설립된 대한무역진흥공사의 역할이 컸는데요, 1995년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로 명칭을 변경하기까지 1960년대 수출시장 개척부터 1990년대 외국기업유치, 2000년대에는 해외투자진출 지원 등 굵직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설립 52주년을 맞아 우리나라가 시대별로 무엇을 수출했고,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960년 초 수출품은 살아있는 로켓?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수출품은 광물과 수산물이 주종이었습니다. 내다 팔 것이 마땅치 않았던 당시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오징어가 주력 수출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데요. 수출 현장에서는 오징어를 일컬어 “하늘이 한국을 도우려 오징어를 내려 보냈다”거나 ‘살아있는 로켓’이라는 찬사를 보낼 정도였답니다.

 

▲ 한국무협협회에서 발매한 수출행진곡 레코드판

(출처:대한민국역사박물관)



또 그 당시에는 돈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가져다 팔았는데요, 돼지털, 쥐털, 다람쥐, 갯지렁이나 뱀, 메뚜기까지 수출했습니다. 1961년 최대 수출품은 철광석이었습니다. 그해 10대 수출품에 중석, 무연탄, 흑연을 포함해 광물 4종이 들어갔고, 생사(누에고치에서 뽑은 실), 오징어, 생선, 돼지털, 쌀이 포함됐습니다. 공산품으로는 유일하게 합판이 들어있었다고 하네요.

 


섬유와 가발, 오줌을 팔았던 1960~1970년대

 

1965년 수출장려정책이 본격화되면서 광물과 수산물대신 섬유와 가발 같은 공산품이 주요수출품목으로 떠올랐습니다. 최대 수출품이었던 섬유는 1970년도에만 3억 4000만 달러를 넘었고, 수출총액의 41%를 차지했습니다. 이와 함께 가발은 1970년대 초 총 수출의 10%이상을 차지하며 효자 수출 품목이었습니다. 



▲1960년대 주요 수출품이었던 가발

(출처:대한민국역사박물관)



당시 가발을 만들기 위해 엿장수들이 방방곡곡을 돌며 부녀자들의 머리카락을 수집했는데요, 부모 약값 때문에, 동생 월사금을 대느라 머리카락을 판 여인의 이야기는 소설이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산 가발과 속눈썹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데요. 63년 개봉한 영화 <클레오파트라> 에서 주인공으로 열연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애용한 속눈썹도 한국산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공산 가공품이 주력 수출품이었던 70년대에도 주력 원자재 수출품이 있었는데요. 그건 바로 ‘오줌’입니다.(이건 믿을만한 이야기랍니다) 학교와 예비군 훈련장, 버스터미널 등 공중화장실마다 ‘여러분의 오줌은 귀중한 외화를 벌어들입니다. 한 방울이라도 통 속에!’라는 안내 문구가 걸려있었습니다. 


그 아래에는 오줌을 모으는 흰색 플라스틱 통이 비치되어 있었지요. 이는 오줌 속에 들어있는 우로키나아제가 뇌졸중 치료제를 만드는 주원료로 사용됐기 때문인데요, 당시 우로키나아제는 1㎏에 2000달러나 되는 고부가가치 수출품이었습니다. 이렇게 오줌으로 벌어들인 돈이 1973년에는 50만 달러, 1974년에는 15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수출 품목의 다변화를 이루다! 1980년대


1980년대 초반까지 주요 수출품은 의류, 신발 등 대부분 노동집약적인 경공업제품이었으나, 1980년대 후반부터는 선박과 음향기기,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다양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또 정부의 전자공단 설립 등 집중적인 지원으로 전자제품 산업도 고속 성장을 이루었죠. 한국 전자제품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튼튼한 제품의 질로 1988년에 163억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려, 최대의 수출 품목으로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 1970~80년대 한국의 수출성장을 표지로 다룬 '뉴스위크' 잡지

(출처:대한민국역사박물관)

 

 


수출 품목의 세대교체를 이룬 1990년대, 그리고 그 이후

 

1990년대 전자와 자동차 분야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1980년대 후반에 시작된 수출 품목의 다변화가 1990년대에는 수출품의 세대교체를 이뤘습니다. 그래서 수출 상위 10위권에 반도체, 영상기기, 컴퓨터, 자동차 등이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고부가가치 정보기술(IT) 제품인 반도체(15.1%)가 수출 품목 1위로 올라섭니다. 뿐만 아니라 2010년대로 들어서면서 중소기업까지 수출 품목의 다양화를 이뤘는데요, 2013년 10월의 경우 13대 주력품목 외에 중소수출품목 수출 증가율이 14.2%로 전체 증가율(7.3%)보다 큰 폭으로 상회했습니다. 특히 소재부품 위주의 품목다변화가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최근에는 드라마와 음악 등이 한류 열풍을 일으키며 한국 문화콘텐츠의 수출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 2000년대 한국의 고부가가치 수출품이었던

 반도체(세계 최초 64M 디램)와 드라마 <겨울연가>

(출처: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광물과 수산품 위주의 1차 산업에서 시작한 한국의 수출 품목은 기술력과 문화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옮겨오면서 질에서나 양에서 놀랄만한 성장과 변화를 이루어왔습니다. 비단 높아진 수출액 뿐 아니라 품목의 변화는 대한민국의 산업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했는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데요, 앞으로 어떤 산업들이 한국의 저력을 세계에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