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기는 History/나의 이야기

[추석특집] 막히고 피곤해도 나는 간다! 귀성변천사

막히고 피곤해도 나는 간다

고향 가는 길

 

97, 곧 우리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 다가오는데요. 이번 추석은 주말과 겹치는 공휴일을 평일로 보상해주는 대체휴일제가 실시되면서 주말을 포함해 닷새의 연휴, 만약 이틀만 더 휴가를 낸다면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연휴가 되었습니다. 올해 추석연휴가 길어지면서 지난해보다 귀성에 걸리는 시간이 1시간가량 줄어들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교통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동안 고향에 다녀오겠다는 응답이 작년 추석에 비해 13.3% 증가했다는데요!

 

고향을 품은 마음, 서울역으로

 

1970년 전후 추석을 맞이하여 고향에 내려가는 우리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그때에는 추석 연휴가 따로 없어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 고향에 가야 했습니다. 자가용을 가진 사람의 수가 적어 지금처럼 차로 고향에 내려간다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던 시대였죠. 그래서 다들 고향에 가기 위해 서울역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서울역은 명절마다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1977년 서울역에 모여든 추석귀성객 (출처: 국가기록원)

 

그 당시 서울역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을까요? 1969년에는 81천여 명의 추석귀성객이 서울역에 몰려들었고, 이에 따른 사고를 막기 위해 480여 명의 기동경찰관까지 동원되었습니다. 또 정원 87명의 3등 객차 안에 230여 명씩이나 들어가기도 했지요. 꽉 찬 객차 안은 사람들이 더 앉지도 서지도 못했을 뿐 만 아니라 짐 얹는 선반에도 사람들이 올라가 있었답니다.

 

1989, 본격적인 명절 민족 대이동

 

1986년에야 비로소 추석 다음날이 공식 연휴로 지정되었습니다. 1989년부터 추석 연휴가 3일로 길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었지요. 그래도 여전히 서울역은 붐볐는데요, 추석 귀성 열차표 예매가 시작되면 귀성열차표를 구입하기 위해 그 전날부터 서울역에 와서 돗자리와 텐트를 치고 줄을 서야할 정도였습니다. 추석 날 고향에 갈 수 있다면 이런 고생쯤은 충분히 하겠다는 이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고속버스터미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의도광장에서는 추석귀성 고속버스 승차권을 예매하기 위해 줄이 끝없이 이어졌는데요, 예매가 시작되는 날에는 비가 내려도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전체 표의 3분의 1이 팔렸다고 합니다.


1977년 강남고속터미널의 추석귀성객 (출처: 국가기록원)

 

1990년대에 들어서며 자가용을 가진 가정이 많아지면서 귀성인파로 인한 고속도로 정체가 시작되었습니다. 평소보다 2~4배 걸리는 고향 가는 길은 가다가 쉬다가를 반복하며 심한 정체현상을 빚었지요. 일례로, 평소 서울에서 4시간이면 갈 수 있는 광주를 16시간이나 걸렸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온가족이 함께 보는 보름달

 

산업화와 도시화가 시작되면서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도시로 떠났던 많은 이들. 그들이 고된 귀성길을 마다않고 고향을 찾는 이유는 도시에서의 치열한 삶을 보듬어주는 부모님과 형제, 어린 시절 추억을 함께 고향 친구를 만날 수 있기 때문 아닐까요?

 

핵가족을 넘어 1인 가족세대가 많아진 요즘 추석 풍속도도 사뭇 달라졌는데요,‘황금연휴라고도 부르는 이번 추석 연휴기간 동안 여행과 레저 예약 뿐 아니라 병원 예약도 꽉 찬 상태라고 합니다.‘민족의 명절에서 점차 가을 휴가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지요.

 

그래도 이번 추석에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큰 보름달이 뜬다고 합니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커다란 한가위 보름달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