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기는 History/인물 이야기

역사와 함께 달린 마라토너, 손기정과 황영조

역사와 함께 달린 마라토너, 

손기정 & 황영조



 

화창한 날씨가 이어져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요즘, 전국 곳곳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여러분에게 '마라톤' 하면 생각나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오늘은 대한민국 역사 속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큰 용기와 기쁨을 준 두 명의 선수를 소개합니다.

 

 

우울한 우승자, 손기정
1936년 8 9일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에 운집한 12만 명의 관중들은 단 한 사람에게 큰 박수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는 바로 당시 마의 2시간 30분대를 넘어선, 2시간 29 19초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손기정 선수입니다. 손기정 선수는 올림픽 경기에서 우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쁨의 함성도 부르지 않고 그대로 고개를 숙인 채 퇴장했습니다. 한국인이지만 일장기를 달고 일본 대표 선수로 출전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나라의 상황 때문이었는데요, 일장기와 마주한 시상대에 올라서서 고개를 들지 못한 그 날은 슬픈 역사로 기록되었습니다.

 


<시상대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손기정 선수의 모습>(출처:손기정기념재단)



 

두 팔 벌려 만세, 황영조

그로부터 56년 후, 슬픈 역사의 응어리를 씻어 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1992년 8월 9일, 스페인 제 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대회에서 황영조 선수는 운명의 장난처럼 일본 선수 모리시타와 1, 2위를 다투며 악명 높은 몬주익 언덕의 가파른 고개를 뛰었습니다. 몬주익 언덕 정상에 다다랐을 때 황영조 선수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내리막 경사로에서 스피드를 줄이지 않고 힘차게 치고 나가 모리시타와의 간격을 벌렸고, 결승점인 몬주익 스타디움에 가장 먼저 들어온 선수가 되었습니다. 그는 트랙을 한 바퀴 돈 뒤,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온 국민은 모두 함께 기쁨의 함성을 질렀습니다. 

 

 

<황영조 마라톤 제패 기념음반>(출처: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손기정 선수는 "오늘은 내 국적을 되찾은 날이야" 라며 황영조 선수의 금메달 획득에 누구보다 기뻐했고,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그 날은 56년 묵은 응어리를 씻어낸 감동의 날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잊을 수 없는 영원한 영웅, 손기정 · 황영조

억압 받고 핍박 받던 조국의 국민에게 희망과 꿈을 안겨주었지만, 정작 자신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여야 했던 '손기정'과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결승선을 통과할 때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황영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두 명의 선수는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때문에 서로 상반된 반응을 보였지만, 우리에게 잊혀지지 않는, 잊을 수 없는 '영원한 영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