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간 밤을 잃다. 야간통행금지

37년간 밤을 잃다. 야간통행금지

 

야간 통행금지 바리케이트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야간통행금지'라는 단어 들어보셨나요? 이를 직접 경험한 40대 이상의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TV·드라마,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청소년들도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야간통행금지. 야간통행금지가 실시되던 때에는 전 국민이 지금처럼 밤에 마음껏 돌아다닐 수 없었습니다.

야간통행금지는 1945년부터 1982년까지 약 37년간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일반인의 통행을 금지한 제도입니다. 원래 야간통행금지란 전시나 천재지변 등이 발생하여 치안 유지가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지역에 제한적으로 실시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37년간이나 지속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야간통행금지를 실시하였을까요?

야간통행금지의 실시

야간통행금지가 처음 실시된 것은 1945년 9월 8일부터였습니다. 해방 이후 북한의 간첩을 경계한다는 목적으로 미군정에 의해 야간통행금지가 실시되었는데요, 우리나라가 6.25전쟁과 분단의 과정을 겪으며 항상 준전시상태였기 때문에 야간통행금지제도는 우리 사회에 큰 저항없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야간통행금지제도는 일상적으로 사회 공공질서 유지 및 질서 확립의 역할로 작용했으나 근본적으로 사상 통제, 국가안보 수호, 정치적 저항세력 억압을 위해 국민들의 시간과 공간을 제한하는 기능을 담당했습니다. 야간통행금지제도 시행 아래 일반 시민들은 일상의 자유를 박탈당했습니다. 

야간통행금지의 시간

야간통행금지 시간은 시기에 따라 다소 늘어나기도 하고 줄기도 했지만, 대체로 밤 12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였습니다. 12시에 가까워지면 대중교통은 다 끊겼고, 통행금지 전에 귀가하기 위해 택시를 타려는 사람들로 거리는 전쟁이었습니다. 

1979년 야간통행금지 기사 (출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밤 12시가 되면 "에에엥~" 하는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통행금지가 시작되었습니다. 골목마다 손에 방망이를 쥐고 단속을 하는 방범대원과 미처 귀가를 못한 사람들과의 숨바꼭질이 벌어지곤 하였습니다. 이때 통행금지를 위반하여 적발되면 방범대원이 가까운 파출소로 데려가 통행금지가 해제될 때 즉결심판을 받고 풀려났습니다.

야간통행금지의 해제

야간통행금지의 폐지에 대한 서로 엇갈린 의견이 나오기도 하였지만 야간통행지에 따른 불편과 인간의 기본권 침해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면서 야간통행금지를 해제하라는 요구가 계속 분출되었습니다. 

  

계속되는 야간통행금지 폐지 요구와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정부는 비교적 치안상의 문제가 적은 지역부터 우선적으로 해제되기 시작했습니다. 1964년 제주도와 경주, 충청북도 지역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해제되면서 1982년 1월 5일 경기도와 강원도를 끝으로 전국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되었습니다.

 

오늘날 사회 공공질서와 치안상 안전을 위해 다시 야간통행금지제도가 실시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