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국민 시계', 뻐꾸기 시계
어린 시절, 거실 벽에는 한 시간마다 나와 울어대는 '뻐꾸기시계'가 걸려 있었습니다. 정각마다 뻐꾸기가 창문을 열고 나와 울어대는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뻐꾸기 시계를 하염없이 쳐다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뻐꾸기시계 (출처: 무료이미지 Flickr)
뻐꾸기시계는 1989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1990년대, 집집마다 거실 벽에 뻐꾸기시계 하나쯤 걸어놓는 게 크게 유행했었죠. 스위스와 일본에서 처음 유입된 뻐꾸기시계는 1987년 국내 업체가 국산화에 성공하면서부터 보급량이 늘었고, 국민의 뻐꾸기시계 수요량도 늘기 시작했습니다.
1995년 TV홈쇼핑에서 판매한 뻐꾸기시계 (출처: CJ오쇼핑 홈페이지)
한동안 집들이 선물이나 업체들의 경품과 판촉 용품으로 뻐꾸기시계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뻐꾸기시계의 인기가 많았다는 것은 1995년 8월 국내 TV홈쇼핑 방송 개시 때 '판매 상품 1호'가 뻐꾸기시계였다는 걸로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같은 해 1월부터 8월까지 신용카드 고객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상품도 뻐꾸기시계였다고 합니다.
실제 뻐꾸기와 멧새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그러나 실제 뻐꾸기는 귀여운 통나무집 시계 속 뻐꾸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습니다. 뻐꾸기는 제 둥지를 갖고 있지 않고, 어미 뻐꾸기 새는 개개비나 멧새와 같은 다른 새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부화시킵니다. 뻐꾸기의 보금자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뻐꾸기시계의 통나무집과는 거리가 멉니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뻐꾸기시계 유행은 시들해졌습니다. 동네 분리수거함이 있는 곳이나 쓰레기 버리는 곳에는 버려진 뻐꾸기시계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며칠 전 어느 가정식 식당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뻐꾸기시계를 보게 되었습니다. 정각이 되어도 숲속 통나무집에서 작은 새가 튀어나와 "뻐꾹"하고 울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 동심을 자극하는데는 충분했습니다. 지금은 추억 속의 벽걸이 시계가 된, 뻐꾸기시계. 오늘 다시 한 번 그때의 추억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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