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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History/물건 이야기

1970년대 대문마다 '개조심 패' 달기 캠페인

1970년대 집 대문마다 '개조심 패 달기' 캠페인


여러분들 강아지 좋아하시나요? 하얗고 복슬복슬한 털에 혀를 내밀고 반갑다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강아지들을 보면 귀엽고 사랑스럽죠. 그러나 가끔 산책 나온 강아지 중에 엉덩이를 치켜들고 크게 짖는 개들을 보면 무서워서 살금살금 피하게 됩니다.


1970년대 우편물을 전해주던 집배원들이 모여 특별한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바로 집집마다 '개조심 패 달기' 캠페인입니다.  


1970년대 가정집 대문 '개조심 패'



1960~70년대 집배원들은 주로 새벽에 가정집을 돌아다니며 편지를 배달했는데요, 가정집에 들어섰다가 개에게 물리는 사고가 잦았습니다. 1973년 1월에는 개에게 물리는 집배원 수가 광주에서만 한 해 350여 명이나 된다는 신문기사까지 날 정도였으니까요. 집배원들은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집집마다 '개조심 패 달기' 캠페인을 별였습니다. 개조심 패를 달아놓은 집을 방문할 때는 특별히 더 조심할 수 있도록요.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를 집 안에서 애지중지 키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30~40년 전만 해도 개들을 집 마당이나 문 밖에서 집 지키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집배원뿐만 아니라 집으로 방문하는 손님이나 계량기 검침원, 신문 배달원들이 개에 물리는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특별히 아이들의 외출을 조심시켰습니다. 혹시나 개에게 물리는 없도록 말입니다.



옛날 집 대문



이런 일이 계속되자 많은 집이 대문 옆에 '개조심 패'를 내걸었습니다. 나무판자나 개조심 글귀를 쓰거나, 대문에 크게 페인트로 '개조심' 세 글자를 세로로 써놓기도 하였습니다. 예전에 개조심 패를 대문 옆에 걸어놓자, 무슨 뜻인지 모르던 미국인 선교사들이 한국 가정집 문을 두드리며 "개조심씨 계십니까?" 하며 외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있었습니다.


개조심 패는 꼭 개를 키우는 집에서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문 역할만 한 것은 아닙니다. 사나운 개가 있으니 나쁜 짓 할 생각 버리라는 경고문 역할, 혹은 도둑들로부터 집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였습니다. 


요즘에도 가끔 오래된 집 대문 앞을 지날 때 개조심 패가 보이곤 합니다. 지금 보면 신기하고 재미있는 패(牌)이지만, 그 당시에는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주변을 둘러보며, 예전의 특별한 이 물건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