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파란 비닐 우산
지하철역을 나갔더니 쏟아져 내리는 비에 당황했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텐데요, 우산을 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집에 서너 개나 있는 우산을 두고 새로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게 되죠. 이럴 때 생각나는 우산이 바로 싼값에 살 수 있는 비닐우산입니다.
장대비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역 앞에서 우산 몇 개를 들고 1,000원 내지 2,000원에 우산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를 보면 참 반갑죠. 싼값에 구입한 우산이 꽤 튼튼하면 금상첨화였죠. 이런 비닐우산이 40여 년 전에는 얇디얇은 파란 비닐에 대나무 살로 만들어져서 판매됐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지(紙)우산 (출처: 박물관 포털 e뮤지엄)
이 파란 대나무 비닐우산이 처음 등장한 건 1960년경으로 조선시대 지(紙)우산 모양을 본떠, 기름 먹인 한지 대신 비닐을 입혀 출시되었습니다. 값싸고 가벼워 나오자마자 히트 상품이 되었는데요, 당시 우산살이 30개짜리로 만들어져 출시되어 무척 튼튼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훗날 우산살이 9개까지 줄어들면서 날림우산이 되었고, 말 그대로 일회성 싸구려 상품으로 전락하였습니다.
비닐우산 (출처: 박물관 포털 e뮤지엄)
파란 대나무 비닐우산은 70년대 말 2단 접이식 자동우산이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서 서서히 설 자리를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뒤집히거나 부러져 우산 노릇조차 할 수 없었고, 대부분 수작업으로 생산되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습니다. 90년대 중반부터는 중국산 플라스틱 우산이 수입되면서 파란 대나무 비닐우산은 잊혀져 갔죠.
지금은 여성들의 작은 가방 속에도 쏙 들어가는 5단 우산부터 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광선검 우산, 연인과 함께 다닐 때 쓸 수 있는 커플 우산 등 다양한 우산들이 즐비합니다. 튼튼하고 좋은 우산들 가운데에서도 가끔은 펼쳐 들면 유난히도 빗방울 소리가 크게 들렸던 파란 대나무 비닐우산이 그립습니다.
'즐기는 History > 물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준비하시고, 쏘세요!" 주택복권 (0) | 2015.09.25 |
---|---|
한국 최초의 근대적 잡지,《소년》 (0) | 2015.09.18 |
1970년대 대문마다 '개조심 패' 달기 캠페인 (0) | 2015.06.25 |
둥지에서 아파트 집 벽으로, '뻐꾸기시계' (0) | 2015.06.23 |
우리나라 시대별 담배 변천사 (1) | 2015.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