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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History/인물 이야기

민족의 전통성을 잊지 않은 모던보이, 시인 백석

민족의 전통성을 잊지 않은 모던보이,  시인 백석


백석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여러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우리나라 시인은 누구인가요? 한용운, 김소월, 정지용...

한국 문학계에는 훌륭한 시인들이 많이 있는데요, 오늘은 근현대 문학의 거목 백석 시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시인 백석의 생애


시인 백석은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본명은 기행(虁行)이지만 작품에서는 백석(白石)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우리에겐 백석 시인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1929년 오산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1934년 아오야마학원 전문부 영어사범과를 졸업하였습니다. 그 뒤 광복이 되기 전까지 조선일보사, 영생여자고등보통학교, 여성사, 왕문사 등에 근무하면서 문학 활동을 하였습니다. 

 

그는 그 시대 어느 문학동인이나 학계, 예술계에 소속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였습니다.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의 세월을 온몸으로 겪다 1996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인 백석의 작품


백석은 193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현상모집에 단편소설 「그 모(母)와 아들」이 당선되면서 등단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마을의 유화」, 「닭을 채인 이야기」 등 몇 편의 산문과 번역소설, 논문을 남겼죠.

 

1936년 1월 33편의 시작품을 4부로 나누어 편성한 시집 『사슴』 을 간행하면서 문단 활동이 본격화되었습니다.

『사슴』 은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거나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시집(계간 '시인세계' 2005년 여름호 조사)으로 꼽힐 만큼 일반인은 물론 시인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2014년도에는 시집 『사슴』의 초판본이 경매에 나와 한국 근현대 문학 서적 경매 사상 최고가인 7,0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습니다.

 

 

백석의 『사슴』 초판본 (출처: 코베이)

 

백석은 자신이 태어난 마을의 자연과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시를 많이 썼습니다. 그 마을에 전승되는 민속과 속신 등을 소재로 그 지방의 토착어를 구사하여 주민들의 소박한 생활과 철학의 단면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우리 민족의 전통성과 고향을 회상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백석의 대표작인 시 「사슴」 에는 그 당시 살았던 우리 민족의 모습과 정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여승은 합장을 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세거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백석 시인의 시 「사슴」   



이 시는 사회적 현실을 사실적으로 반영한 사실주의적 시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한 여자의 일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많은 여인의 비극적인 일생사를 들려주면서 일제 강점기 가족 공동체의 해체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죠.


백석 시인이 태어난 지 100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그가 남기고 간 시와 문학작품들은 여전히 우리 근현대사에 없어서는 안될 큰 보물과도 같고 그가 이룩한 시적 성취는 여전히 매우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의 문학작품을 접하며 우리는 우리 민족의 전통과 정서를 소중히 여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