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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History/나의 이야기

하얀 연기를 내뿜던 방구차(소독차)를 아시나요?

하얀 연기를 내뿜던 방구차(소독차)를 아시나요?

 

부아아앙~ 소리와 함께 조용한 마을이 갑자기 시끄러워지고, 아이들이 골목 여기저기서 뛰쳐나옵니다. 바로 보건소에서 나온 소독차, 일명방구차의 등장 때문입니다.

 

1960-70년대 여름, 찌릿한 소독약 냄새와 함께 하얀 연기를 피우며 다닌 이 차는 동네 전체의 소독과 방역을 위한 차량이었습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골목골목을 누비는 소독차가 지나간 자리에는 뿌연 연기만이 자욱했고, 그 연기 속에서 깔깔대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독차 뒤를 한참을 따르다 보면 머리카락에 소독분말이 묻어 하얗게 변하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소독차를 따라 한참을 돌아다니던 추억을 갖고 계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1960년 소독차 모습 (출처: 국가기록원)


여름철 전염병은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었습니다. 요즘은 개인위생이나 전염병에 대한 인식이 철저하지만, 먹고 사는 것도 어려웠던 시절에는 위생 개념을 챙기는 것은 뒷전이었죠. 그래서 종종 뇌염이나 콜레라 등의 전염병이 크게 돌아 사회문제가 된 적도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소독과 방역에 대한 조치를 법률로 정한 것은 1954년 ‘전염병 예방법’이 제정되면서부터입니다. 625전쟁으로 많은 시설이 파괴되고 피난 등의 왕래가 급격히 늘었으며, 집을 잃는 사람들이 판자촌을 형성하여 집단거주를 하게 됨에 따라 전염병의 확산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죠. ‘전염병 예방법’이 제정된 이후, 뇌염 및 콜레라 등이 유행하는 하절기를 특별 방역기간으로 설정하여 집중 관리하고 학교에서는 예방접종 등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1970년 콜레라 예방접종 현장 모습 (출처: 국가기록원)

 

하지만 2000년 전후로 방구차에 쓰이는 살충 성분이 인체에 유해하고 정작 해충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논란이 계속 되었고, 방역소독차에서 발생되는 연기를 화재 연기로 오인한 119신고가 늘어나 소방서와 인근 주민들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달 질병관리본부가 지난달 질병관리본부가 시군구청의 살충제를 사용한 방역소독에 대해 '과도한 연막소독 자제' 등을 전국 시도에 요청하면서 '방구차'가 추억 속으로 사라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