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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기자단 History

<광복70년, 가족 내에서 70년을 되찾다> 학교 밖 세상과의 첫 만남, 동대문 운동장

학교 밖 세상과의 첫 만남, 동대문 운동장

 

제가 동대문 운동장을 처음 알게 된 해는 2000년을 한 해 앞 둔 1999년 겨울이었습니다. 수능이 끝난 후 공부를 하지 않아도, 낮잠을 자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 나만의 시간을 보내던 그 때, 먼저 대학생이 된 언니는 제 손을 잡고 동대문 운동장으로 이끌었습니다.

언니는 제게 말했습니다.

“이제 교복은 입고 다닐 수 없으니 옷 사러 가자.

“응? 근데 왜 밤에 가?

“응. 동대문 운동장은 밤에 가야 재미있어!

세상 밖을 구경하는 첫 즐거움을 언니와 함께 동대문 운동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매달 부모님께 받는 용돈을 조금씩 모아 5만 원을 손에 쥐고 나선 세상은 학교 밖에 모르던 어린 학생의 눈에는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동대문 운동장 근처 청계천 주변에는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패션을 이끄는 패션타운이 있었습니다.

 

 

2000년대 동대문운동장 인근 쇼핑타운

 

그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 자정이 될 때까지 걸어 다니면서 옷 한 벌을 사 들고, 야외 포장마차에 앉아 한입 크게 베어 물었던 어묵은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의 추위를 녹여주었습니다.

“언니, 근데 저 옆에 동대문 운동장은 뭐 하는 곳이야?

“응, 거기는 밤에는 아예 들어갈 수 없고, 8월이 되면 야구경기를 해. 여름이 오면 야구 구경시켜줄게.

 

 

동대문 운동장에서 진행된 야구 경기 모습 (출처: DDP홈페이지)

 

드디어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언니와 저는 동대문 운동장으로 향했습니다. 삼삼오오 모여드는 인파로 정신이 없던 저는 혹시나 언니를 놓칠까 봐 언니 손을 꼭 붙잡았습니다. 야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동대문 운동장 앞에서 주전부리를 파는 포장마차도 있었습니다. 저와 언니는 그곳에서 쥐포 하나를 사고, 관중석에 앉아 언니에게서 야구 경기 방법을 열심히 들었습니다. 시끄러운 함성과 응원 소리로 머리는 쩌렁쩌렁하게 울렸고, 야구경기가 처음인 저는 그저 손에 쥐고 있던 짭조름한 쥐포가 맛있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모습(출처: DDP 홈페이지)

 

저에게 동대문은 언니의 손을 잡고 첫 어른들의 세계로 나섰던, 20대 초반을 함께 한 추억의 장소입니다. 15년이 지난 2015년 동대문 패션타운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여름이면 야구경기로 시끌벅적 했던 동대문 운동장은 동대문 디자인 프라자(DDP)로 바뀌었습니다. 바뀐 동대문 디자인 프라자는 아시아 패션의 선두주자로 거듭나며, 매년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을 화려한 무대 위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본 글은 한걸음 기자단 개인의 의견으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편집 의도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