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역사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높게 솟은 아파트의 높이를 보고 놀라고, 아파트 수에 또 놀란다고합니다. 대한민국의 인구밀도, 특히 서울은 인구밀도가 굉장히 높은 도시 중 하나인데요, 1970년대부터 시작된 아파트의 건설과 인기는 우리나라 대도시의 모습을 바꾸어 높았습니다. 아파트의 왕국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어떤 역사를 품고 있을까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는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충정아파트입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충정아파트는 8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러 번의 이름이 바뀌면서 아직까지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지은 최초의 한국식 아파트는 1958년, 성북구 종암동에 세운 종암아파트입니다. 4층짜리 건물 4동에 152가구인 종암아파트는 국내 최초로 수세식 변기를 집안에 들여놓는 당시엔 획기적인 주거시설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생소한 용어인 ‘아파트먼트 하우스(apartment house)’ 라는 용어를 사용, 그 이후로 아파트라는 말이 통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62년, 단지형 아파트의 효시인 마포아파트가 탄생하면서 아파트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마포아파트는 정부 주도로 주택건설을 추진하는 대한주택공사가 건설했는데요, 통칭 ‘주공’으로 불린 이 기관은 도시화에 따른 주택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건설과 신도시, 신시가지 건설에 앞장섰습니다. 주공을 따라 많은 건설회사들이 아파트 건설에 뛰어들었고, 그야말로 상승세를 탔습니다. 지방보다는 인구 밀도가 높은 서울에서부터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기 시작, 마포 아파트 단지부터 정릉·홍제동·문화촌 등에 소규모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한남동의 힐탑 아파트, 화곡동 아파트, 이태원의 탑라인 아파트 등 대형 고층아파트가 세워졌습니다.
1970년, 주택공사는 서민아파트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생활 수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주택을 건설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중·상류층을 위한 큰 평형의 한강맨션아파트를 건설합니다. 한강맨션아파트는 우리나라 최초의 중앙식 중온수공급 보일러를 설치하여 아파트 주거의 편리함을 증진시켰으며, 학교와 공공기관, 상가 등 각종 편의시설과 주거 공간을 한곳에 모아야 한다는 ‘근린주구론’에 입각한 아파트 단지 개발의 이정표를 제시하였습니다. 이때부터 서울의 반포·여의도·잠실 등을 비롯 전국 여러 도시에 사회적 편익시설을 갖춘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형성되었습니다.
강남 개발 이후 서울은 인구 분산을 위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구성된 신시가지를 여러 곳에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에 만들어진 목동 아파트 단지와 상계동의 아파트 단지 뿐만 아니라 1990년대 조성된 일산, 분당, 산본 등의 서울 근처 도시들은 모두 아파트촌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개발계획과 함께 진행된 아파트 개발 역사는 대한민국 서민 역사의 한 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나라 발전과 함께 해온 아파트 역사, 그 안에 우리의 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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