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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기자단 History

마음을 다해 부르면, <오세암>

마음을 다해 부르면, <오세암>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오세암은 백담사의 부속 절로강원도 설악산의 험난한 자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절은 643(선덕여왕 12) 자장율사가 지은 관음암이었는데, 1643(인조 21) 설정 스님에 의해 중건되어 "오세암"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는 걸 역사적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까지 이러한 이름 변경에 대한 민담이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설정 스님은 부모를 잃은 어린 조카를 절에 데려와 보살피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월동맞이를 위해 양양의 물치장터로 갈 계획을 세웠습니다. 스님은 혼자 절을 지킬 조카를 위해 며칠 동안 먹을 밥을 지어놓고는 무서울 땐 "관세음보살"하고 부르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말만 남겨 놓고 절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엄청나게 쏟아지는 눈으로 인해 이듬해 봄까지 암자에 오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스님이 슬픔을 안고 절에 올랐는데, 조카는 살아있었습니다. 조카는 관세음보살이 매일 와서 젖도 주고 함께 놀아주었다고 대답했지요. 더욱이 미륵봉에서 선녀가 내려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경전을 주고는 파랑새가 되어 날아갔는데, 스님이 이를 보고 아이가 득도한 것이라며 "오세암"이라 이름을 짓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오세암>은 이러한 민담을 매우 잘 각색한 콘텐츠입니다.

  

 

애니메이션 <오세암>은 기존 민담과 달리, 주인공들의 관계가 변화되어 있습니다. 순수한 마음을 가진 길손이는 사고로 앞을 볼 수 없는 누나인 담이와 사라진 엄마를 찾아 길을 떠다닙니다. 그러다 우연히 절로 돌아가는 두 스님과 마주하게 되고 함께 백담사로 향하지요조카와 삼촌인 스님이라는 혈연적 관계에서 벗어나, 극적인 운명적 만남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조카가 길손이라는 구체적인 인물로 각색되어 스토리에 생동감을 불어 넣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기존 민담과 다른 점은, 어머니의 부재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그 그리움은 절에 찾아온 아이들의 못된 장난까지 포용하는 다른 아이들의 어머니를 보며 폭발합니다. 길손이는 저런 아이들조차 어머니가 있는데 왜 자신에게는 어머니가 없는 것인지 의문을 표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이 때 어머니에 대한 길손이의 마음은 바람으로 표현됩니다. 길손이는 "엄마는 바람같아. 내 마음은 흔들고 보이지 않아"라며 그리움을 감추지 않습니다. 그런 길손이에게 스님은 공부를 통해 마음의 문을 열면 바람도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에 길손이는 엄마를 마음의 문으로 보기 위해, 스님과 함께 오세암으로 떠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스님은 장터로 떠나게 됩니다. 그러다 길손이는 외로움에 관세음보살이 모셔져 있는 절로 향하게 됩니다. 길손이는 민담의 내용과 달리, "관세음보살"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엄마"라고 부르며 방을 청소하고 그 곁에 머뭅니다. 1,000개의 손과 1,000개의 눈으로 중생들의 모든 것을 보고 보살피며 구제한다는 관세음보살에게 어머니의 품을 느낀 것입니다

 

마음을 다해 엄마를 그리워하던 길손이는 결국, 엄마의 모습을 한 관세음보살의 품에 안겨 하늘로 향합니다. 민담과 다른 이러한 결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저는 민담 속에서 젖을 물리고 놀아주었다던 관세음보살을 어머니라는 형태로 표현해낸 것이라 생각합니다. 불교에 대해 지식이 없으면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는 부분을 모성애라는 인류 보편적인 감정으로 바꾸어 표현함으로써, “민담이라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애니메이션 콘텐츠로 잘 녹여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본 글은 한걸음 기자단 개인의 의견으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편집 의도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