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문화재, 조선총독부의 철거
‘네거티브 문화재’를 아시나요? 네거티브 문화재란 치욕적이고 부정적인 역사와 관련된 문화재를 일컫는 말입니다. 대표적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수탈을 목적으로 지어진 건축물들이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1995년 조선총독부 철거 사건을 통해, 네거티브 문화재에 대한 논의 쟁점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1945년 조선총독부(당시 중앙청으로 사용됨) 건물 (출처: 국가기록원)
1910년 국권을 강탈한 일본은 제국주의의 심장부를 경복궁 앞에 세우고자 했었습니다. 그 결과 1925년 조선총독부가 완공되었지요. 이 때 총독부 건설로 인해 경복궁 안의 여러 건물들은 해체 되었고, 심지어 광화문도 그 자리가 옮겨졌습니다. 조선총독부는 경복궁을 가리고자 했던 의도처럼, 우리나라를 탄압하는 컨트롤 타워로써 기능했었습니다. 그러다 해방을 맞은 후에는 국회의사당,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경복궁 앞의 조선총독부 건물 잔해 1996년 (출처: 국가기록원)
조선총독부는 이승만 대통령 정권때부터 철거를 하고자 했으나, 경제적인 이유로 보류되었습니다. 그러다 1991년 이어령 문화부 장관에 의해 본격적으로 철거 논의가 추진되었지요. 결국 1995년 8월 15일, 광복 50주년을 기념해 총독부 청사 중앙돔 해체를 시작으로 1996년 11월 13일 완전 철거 되었습니다. 현재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는 독립기념관(천안)으로 이전되어 역사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있는데, 일제 식민지 시기의 진정한 극복과 청산을 강조하기 위해 폐허에 전시하고 5m 깊이에 매장하는 등 홀대하는 방식으로 배치되어있습니다.
▲독립기념관의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 (출처: 독립기념관 블로그)
당시 조선총독부 청사를 둘러싸고, 논의가 팽팽하게 진행됐었습니다. 주장은 세 개로 나뉘었습니다. 식민지의 잔재인 총독부를 철거하자는 것, 아픈 역사이지만 이 역시도 보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총독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해 복원하자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보존 혹은 이전복원 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은 아픈 역사도 우리 역사이기에,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후대에 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선총독부 건물은 비록 일제가 짓기는 했지만 광복 후에는 한국 현대사가 담긴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습니다.
건축물은 공간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자리잡습니다. 일제강점 35년, 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많은 건축물들이 한반도에 만들어 졌지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일제의 잔재들은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네거티브 문화재도 조선총독부처럼 다 철거 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보존해야 하는 걸까요? 이에 대한 진지한 학문적,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본 글은 한걸음 기자단 개인의 의견으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편집 의도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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