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걸음기자단 History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한국 추상미술의 아버지, 김환기


여러분은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1~4위를 차지한 작품들이 모두 한 사람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그 주인공은 바로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추상화가 ‘김환기’인데요, 경매가 1위를 차지한 1972년 작 ‘무제 27-VII-72#288’은 무려 54억 원이라는 고가에 낙찰되었습니다




김환기 (1913~1974)


김환기의 작품들은 대체로 제목이 없는데 무제 뒤에 따라오는 숫자는 1972년 7월 27일 작품번호 288번이라는 의미랍니다그런데 평면을 단순히 분할하여 칠한 듯한또 어찌 보면 피에트 몬드리안이나 조르주 쇠라와 기법이 비슷해 보이기도 한 그의 작품들이 왜 이렇게 큰 인기를 끌게 되었을까요?




무제 27-VII-72#288



그것은 바로 한국적 서정주의를 서구적 모더니즘에 접목하여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만들어 나간 그의 표현 기법과 작품 속에 담긴 그의 가치관 때문입니다. 그는 강, , , 구름 등 우리 자연의 모습과 백자, 항아리 등 전통 기물에 담긴 아름다움을 발견하여 민족적 정서를 일깨우고 이를 서양화 화풍으로 그려내며 독보적인 길을 개척했습니다. 그의 자부심의 원천이자 도달해야할 미의 기준은 ‘한국적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또한 김환기의 기법은 민중의 정서를 화폭에 담은 동시대 화가 박수근, 이중섭과는 달리 한국의 전통적인 아이콘들을 서구의 표현 방식에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매화와 항아리,1957년 작 



김환기는 15세에 서울의 중동학교에 입학하였으나 본격적인 미술 공부를 위해 일본으로 유학하여 1937년 귀국했습니다. 이후 20여 년간 화가로서만이 아니라, 교육자와 미술 행정가로서 한국 미술계를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던 그는 1956년 파리로 떠납니다. 그곳에서도 그는 서양의 화법에 의식 없이 젖어 들지 않겠다는 의지로 한국의 자연과 전통 기물에서 영감을 구하는 성향을 유지하게 됩니다. 그는 후에 “예술은 강력한 민족의 노래이며, 우리나라를 떠나 보았기에 더 많은 우리나라를 알고 표현했다”고 말하기도 했죠.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970년 작



김환기를 대표하는 작품은 주로 단색조 화면에 같은 단위의 점을 반복적으로 찍어 완성하는 점화인데 그는 점으로 고국을 향한 그리움을 압축했다고 설명합니다. 단순하게 바라보면 한낱 점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의 점은 한국의 자연과 친구, 전통 사물 등을 생각하며 그린 점이기에 더욱 높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우리는 김환기의 작품에서 대한민국 추상미술의 발전이라는 미술사적인 의의 외에도 한국적인, 우리의 멋과 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이고 한국적인 미를 점차 잃어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김환기의 작품들은 그저 값비싼 작품으로서의 기능이 아닌 뒤늦게나마 우리 전통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