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꼭 결혼하렴.”
“좋은 곳에 취직하길 바란다.”
여러분은 새해 덕담을 어떻게 하고 있나요? 대학 발표가 나지 않아 초조한데, 대학 합격은 했는지, 혹은 회사는 어디 다니는지, 결혼은 언제 할 거니? 라는 질문 받아본 적 있으신가요? 요새는 듣기 싫은 덕담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라고 하네요~ 이처럼 마음의 짐을 얹어주는 덕담으로 인해 명절을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날 정도인데요. 잘되기를 기원하며 전한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반면 조선시대에는 아주 현명하게 덕담을 전했다고 합니다. 지금의 ‘덕담’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는데요. 한국한중앙연구원 어문생활사연구소에 따르면 덕담에 ‘완료형 어미’를 사용한 것이 그 차이라고 하는데요. 역사 속에 남아 있는 완료형 덕담을 만나볼까요?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공개한 조선시대 덕담 / 출처 : 경인일보>
조선의 ‘남다른 새해 인사’는 조선 제19대 왕인 숙종이 고모 격인 숙휘공주에게 보낸 새해 덕담 편지를 통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주머님께서 새해는 숙병이 다 쾌차하셨다고 하니 기뻐하옵나이다.”
내용을 언뜻 보면, 새해가 되어 ‘병이 다 나은 것’을 과거형으로 쓴 것 같은데요. 사실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완료형 어미’로 표현한 것입니다. 즉,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미 일어난 것처럼 쓴 것이죠.
<숙종 인현후 가례의 / 출처 : doopedia>
“새해부터는 무병장수하고, 재채기 한 번도 아니하고, 푸르던 것도 없고, 숨도 무궁히 평안하여 달음질하고, 날래게 뛰어다니며 잘 지낸다 하니, 헤아릴 수 없이 치하한다.”
이러한 ‘미래 완료형’의 덕담은 명성황후의 편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위의 내용은 명성왕후의 딸인 명안공주에게 보낸 신년 덕담 편지인데요. 편지를 쓸 당시에는 건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건강하게 잘 지낸다.’는 것을 마치 실제로 일어난 일인 것처럼 ‘완료형’ 어미를 사용했습니다.
<새해 인사를 상징했던 복조리 / 출처 : doopedia>
마치 ‘미래일기’를 활용한 것 같은 조선시대의 덕담이 새롭게 느껴지는데요. 이렇게 ‘미래 완료형 덕담’을 사용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내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즉, 덕담을 듣는 사람이 불안을 떨치고 기분이 좋아지게 하려던 것이죠!
웃어른이 손아랫사람에게 주는 말이기 때문에 약간의 ‘명령 어조’가 담겨 있는 덕담에 비해, 예의를 갖췄다는 평도 있는 과거의 덕담! 조선시대 덕담은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말로 ’확정‘지어 말하는 것이 포인트! 이런 덕담을 해주기 위해서는 상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잘 알아야 가능한 것일 텐데요.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덕담대신 과거 우리의 조상들처럼 미래완료형 덕담을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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